[한·중 수교 30주년 인사이트] 중국 경제, 수치보다 흐름과 추세 읽어야

2022-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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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Doom·파멸). 비관적인 전망을 자주 내놓는 경제 전문가에게 붙는 별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2005년 부동산 과열을 경고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와 뉴욕 증시 대폭락(1987)을 예고한 투자 전략가 마크 파버도 유명하다.

비관론과 낙관론 중 어느 쪽 적중률이 높을까? 알 수 없다. 예측은 늘 빗나갈 뿐이다. 결과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세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중대 사건에 주목하지 못한 경우, 이미 시작됐거나 징후가 뚜렷한데 간과해버리는 경우 등이다. 지난 경험만으로 미래를 본다면 노동력과 저축은 언제나 공급과잉이어야 한다. 월급은 계속 떨어지고 실질금리는 낮아야 하며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도 지속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측 범위 밖에 있었던 1970년대 오일쇼크는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된 현재 진행형 위기임에도 우리 인식과 대응에 이중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중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를 오가던 전문가들의 경제 예측에서 최근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그 중심에 국내총생산(GDP)이 있다.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중국 GDP 전망치를 지난 4월 4~5%에서 9월 2.8%로 크게 하향 조정하면서 방역 정책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부동산 시장 붕괴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제 10월 초순이 되면 물가지수가 발표되고(10월 9일) 이어 생산과 투자, 소비 관련 지표도 나온다(10월 16일). 여러 기관의 비관론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낙관론을 펼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낙관(기회)론과 비관(위기)론의 전통적인 논란거리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중국의 급성장이 한국에 기회냐 위기냐'에 관한 이분론 같은 논쟁 말이다. 기회론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우리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14억 시장론)에 주목한다. 위기론은 중국이 강해지면 중국과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샌드위치론)에 무게를 둔다.

낙관론과 비관론, 기회론과 위기론은 함께 놓고 보면 두 가지 측면 모두를 관찰할 수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양자택일의 유혹으로 흐르기 쉽다. 어느 한쪽 시각에 빠져서는 중국 경제를 제대로 볼 수 없으며 적절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은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를 논하거나 기회냐 위기냐를 따지기보다는 정확한 상황 인식이 우선순위라고 본다. 그래야만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수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추세 전환 신호를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는 경제 회복 수준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분기에 문화대혁명 이래 첫 마이너스 성장(-6.8%)을 했으나 2분기 성장률이 3.2%를 기록하며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변이 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커져 올해 2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쳤다. 연간 성장률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데다 경제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쉽지 않은 국면이다.

봉쇄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비즈니스 활동과 소비, 생산과 투자는 물론이고 물류와 공급망까지 포함한다. 문제는 중국 경제통계가 여전히 제조업 비중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영토 안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 합계다. 그렇지만 최근 급성장한 O2O(온·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 같은 신경제 영역은 제대로 집계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 우한의 CID-GDP 상관성[자료=FT중문망]

중국 경제산업정책의 전환과 핵심 관찰 포인트[자료=중국경제관측연구소]

중국 경제학자인 류하이잉(劉海影)은 그 대안으로 도시 혼잡지연지수(CDI·Congestion Delay Index)를 내놓았다. 그는 중국 지도 서비스 앱인 '에이맵(Amap·高德地圖)' 자료를 이용해 도시 주민의 1회 외출 시 실제 걸린 시간과 정상 흐름 시 걸리는 시간 사이의 비율을 계산했다. 2016년 1월을 기준점으로 해서 전국 100개 도시에서 조사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우한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실시간 CDI 흐름과 이후 집계되는 GDP 변동 사이에는 매우 강한 상관성이 나타났다.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는 올해 경제 충격이 2020년 초반보다 훨씬 크다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하이 CDI는 2년 전 1분기 저점 당시 –8.0%에서 올해 1분기 저점 땐 -18.8%로 내려앉았다. CDI 도시의 99%(홍콩을 제외한 99개 도시)는 전국 GDP 가운데 67%를 차지하고 있어 경제 흐름과 회복 수준을 비교적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CDI가 GDP 통계의 선행지표 성격을 가지는 셈이다. 류하이잉에 따르면 CDI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비제조업 PMI까지 결합하면 GDP 추정치가 더욱 정교해지는 계량모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둘째는 중국의 정책 전환에 따른 핵심 관찰 포인트의 변화 필요성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경제성장률 수치로 뭉뚱그려 볼 것이 아니라 경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 중국의 경제산업 정책은 지금까지 대개 세 단계를 거치면 핵심 관찰 포인트도 달라져 왔다. 제조업-수출 구동 시기(1994~2008)에는 제조업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과 수출 증가 속도,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잘 관찰하면 중국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이어 사회간접자본(SOC)·부동산-내수 구동 시기(2009~2018)에는 SOC 부문 투자액과 부동산 판매량이 중요 지표였다. 2019년부터 본격화한 제조업·서비스업 연계-내수 구동 시기에는 소매판매액과 물가지수, 제조업 투자가 핵심 관찰 지표로 떠올랐다.

셋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고 지역별로 정책 조치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매년 9월부터 10월까지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전체 소비가 활기를 띠는 이른바 '금구은십(金九銀十)' 시기를 맞이한다. 이때 중앙정부는 각 지방에 소비 확대를 독려하고 지방정부는 현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소비촉진책을 내놓는다. 최근 거품 논란이 있지만 부동산은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올해 남부 광둥성은 1억 위안 규모의 소비 쿠폰을 배포하는 가전제품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집중하여 시행한다. 북부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은 6000억 위안 규모의 주택구매지원 쿠폰을 9월 중하순에 내놨다. 이 밖에 톈진과 항저우, 허베이, 산둥, 장시(江西), 하이난(海南) 등에서도 주민들에게 쿠폰을 나누어줬다. 소비 쿠폰 효과는 비록 일시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지만 각 지방의 소비 촉진 정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수시장 세분화 전략에 참고가 될 수 있다.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발표 시기가 다가온다. 중국 스스로도 GDP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안정을 선택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치에 따라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나뉘기보다는 흐름과 추세를 확인하자. 그 속에 비즈니스가 있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필자 주요 이력

▷현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객원교수 ▷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중국 푸단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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