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의 경제 인사이트]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2024-12-11 14:02
  • 글자크기 설정

대한민국 경제 위기, 정치와 분리하여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자.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아주경제 논설고문/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


위기의 한국 경제, 정치와 분리하여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자
  
비상계엄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에 45년 만에 선포되었고, 2024년 12월 4일 새벽 4시 30분에 해제되었다. 불과 6시간의 비상계엄이었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에도 대한민국의 경제는 주식시장 불안, 환율 폭등 등 큰 요동을 쳤다. 이에 더하여 해외 주요 인사의 한국 방문 취소, 해외 각국의 한국 여행 자제 권고 등 대외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대한민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국내 최고 지도력의 공백 등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국제사회의 신뢰 하락 등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다가 지금까지 이룬 한국 경제가 다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국가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많은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고 있어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한국 경제는 항상 조금만 어려움이 있어도 총체적인 위기라면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래서 오히려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더 큰 국가 발전을 이루는 계기로 삼았던 경험이 많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많은 한국 경제는 결코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 이대로 두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비상계엄 이후의 향후 정치적인 일정과 무관하게 국가적인 역량을 총집결하여 당면한 경제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높은 국운 융성의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 정치는 정치이고, 경제는 경제이다.
 

한국 경제에 예상되는 위기는 무엇인가

지금 당장 한국 경제에는 예상되는 위기가 많이 있다.
첫째, 당장 국내의 민생 경제가 매우 어렵다. 우선 겨울철을 맞이하여 독거노인, 일일 근로 생활자 등 저소득 계층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비상계엄 등의 예상하지 못한 요인으로 인하여 이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취약 계층은 추운 겨울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 그나마 들어오던 수입도 끊길 수가 있다. 이번 겨울이 이들에게 매우 혹독할 수가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통상 연말 송년회 등이 많아서 연말이 특수 호황 상황인데도 비상계엄 이후 국민들의 심리 위축으로 인한 예약 취소 등 연말 특수 상황을 누리지 못하여 매우 어렵다고 한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었던 외국인 방문객들이 비상계엄 이후 한국을 여행 주의 국가로 지정됨으로써 한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그만큼 식당, 호텔 등이 수요가 감소하여 더욱 어렵다.

둘째,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상품 등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 대해 흑자를 많이 내는 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무역규제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국가적인 총력을 다해서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최고 지도력의 공백을 맞이하여 즉각적인 정책 대응 타이밍 등을 놓칠 수도 있다.

셋째, 이러한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은 평소보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권은 비상계엄 이후의 향후 정치 일정, 책임자 수사 등에 온통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생 법안 등 경제 현안은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비상계엄 이후의 정치 상황은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민생 경제는 이와는 별도로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서 잘 대응해야 한다. 정치 일정과 경제 대응은 분리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경제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이제 한국 경제의 경쟁 상대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이미’ 선진국인 열 손가락 이내의 국가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역량을 총집결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한국 정치가 서로 반목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가 서로 싸우고 논란을 많이 일으킬수록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 경쟁국일 것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가 이렇게 멈칫하는 사이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국가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추격도 만만하지 않다.
 

비상계엄 이후 일시적으로 매우 어려워진 계층에 대한 두터운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상계엄 해제 이후의 한국 경제 운영에 있어서 우선은 당면한 경제위기 상황을 최대한 잘 극복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중장기 발전 전략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여 한국 경제 발전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논쟁은 있어도 경제 정책의 중단, 지체, 단절은 없어야 할 것이다.

먼저, 겨울철에는 독거노인, 소외계층, 저소득층 등이 특히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에서 이들이 비상계엄 이후의 경제 상황으로 더 어려울 수가 있다. 이들에 대한 긴급 생계비, 난방비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하여 이 고비를 잘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 단기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필요시 이들 가구에 대한 1:1 담당관제 등을 통해 밀착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도 장사가 안 되어 매우 어렵다. 이들이 겪는 단기적인 어려움은 즉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즉, 일시적인 자금 위기에 대해서는 소액 금융 등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채무 조정도 해야 한다. 또한 가능한 범위에서 수요 유발 정책 등을 통하여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생활물가, 금융 상황의 안정적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중산층이 주로 사용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일일 물가 모니터링 등 세심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겨울철에 특수하게 수요가 증가하는 몇몇 품목에 대한 물가 관리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
이 밖에도 주식시장, 채권시장, 환율 등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연말과 연초 자금 경색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안정적인 상황관리 등을 해외에 매우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해외에 대해서는 한국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한국이 비상계엄 이후 상황이 정상화되었고 지금은 안전한 국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한국은 비록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국민이 시위를 통해 의사 표시를 할지라도 매우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하고 있으며 축제의 장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전혀 우려할 것이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게다가 평시보다 치안과 국방도 더욱 강화되고 있어서 매우 안전한 나라이므로 여행해도 좋다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경제 책임자가 외신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하여 한국 정부의 비상계엄 이후 안정적인 관리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체코 원전 수주 등 중요한 해외 사업에 대해서도 사후 후속 조치나 관리에 있어서 한 치의 차질이 없도록 하여 추진 상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 안보 상황에도 비상계엄 이전과 같이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2025년 1월에 있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미·중 갈등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전쟁 등으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총력 대응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미국 경제에 기여해 온 성과는 물론 앞으로의 기여에 대해서도 논리와 수치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우므로 한번 봐 달라는 식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고민하여 미국을 적극 설득하는 대응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기업 경영 악화, 국가 재정적자와 채무 증가 등의 상황에서 수출마저 나빠진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상황 변화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과 대응 전략을 마련하여 글로벌 경제 안보 상황에 잘 대응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의 경제위기에 대하여 중심을 잡고 잘 극복하려면 공직사회가 정치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우왕좌왕하게 되면 진짜 중요한 경제 정책 대응 등에 실기(失期)를 하게 된다. 위기 상황일수록 공무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이 응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열심히 한 만큼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이 위기를 잘 넘기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하여 민간 중심의 보수·진보가 모두 참여하는 범국민 통합운동을 추진할 것도 제안한다.
현재의 분열된 대한민국의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야(與野) 할 것 없이 국익의 관점에서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국들을 보라. 그들은 국익의 관점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서 자기들의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한국만 좌우로 분열하여 서로 다투면 되겠는가? 

현역 정치인들이 즉각적으로 통합하기 어렵다면 여야 출신의 모든 원로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융성을 원하는 일반 국민이 모두 참여하여 국가통합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국가정책 결정이나 국가 운영의 판단 기준을 국익 관점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일반 국민이 나서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국민소환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 발전, 국민 행복, 위대한 대한민국이 건설’되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인가? 결코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인 대응도 강화해야 한다

단기 현안 대응에 더하여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품목(Item) 단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을 국가 모든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대대적인 AI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총괄 조정할 AI ‘차르’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AI ‘차르’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중장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혁신, 경제혁신, R&D 혁신 등을 줄기차게 추진해야 한다. 총체적인 국가 대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추진할 팀도 구성하여 실천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총체적인 대응을 통하여 이번 사태를 한국 경제가 전화위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윤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전 기획재정부 차관 ▲아주경제 논설 고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