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서울 시내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동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강남4구'로 불리는 강동구는 이달 들어 3주 연속 하락했다. 동대문구·은평구·동작구는 2주째 매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가 정체되고 매물만 쌓이고 있어서 이 같은 조정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1% 오르는 데 그치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신축 등 선호단지에서는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외 단지는 대출규제 등 영향으로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며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한 곳도 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7곳은 일주일 전보다 매맷값이 떨어졌다. 도봉구와 구로구는 이달 셋째 주 들어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01% 내려갔다. 도봉구 도봉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11월 28일 6억4500만원(4층)에 팔렸지만 이달 11일엔 5억2500만원(3층)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동대문구·은평구·동작구는 둘째 주에 이어 셋째 주에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동대문구와 은평구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01%→-0.02%를 기록했다. 동작구는 둘째 주에 0.01% 떨어진 데 이어 셋째 주에도 0.01% 하락했다.
동대문구 장안현대홈타운1차 전용 112㎡는 지난 5일 9억5000만원(16층)에 매매 계약이 이뤄지며, 지난 8월 31일 직전 계약(10억3000만원) 때보다 8000만원 내려갔다. 동작구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84㎡는 지난달 9일 16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 14일엔 이보다 1억원 이상 낮은 15억7500만원(8층)에 새 주인을 맞았다.
강동구 삼익그린맨션2차 전용 66㎡는 지난 9일 12억원(2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 달여 전인 11월 5일에 이뤄진 직전 거래(13억원·8층)보다 1억원 떨어진 금액이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8월 15일 17억3000만원(14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달 9일엔 16억3000만원(9층)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관망세 확산에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12월 들어 19일까지 체결된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 거래는 517건에 그치고 있다.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이 많이 남았지만 올해 최저치인 1월 2686건을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 적체는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19일 현재 서울 양천구에 쌓인 아파트 매매 물건은 3411건으로 열흘 전 3313건보다 2.9% 늘었다. 같은 기간 용산구는 1879건에서 1928건으로 2.6%, 이번 주 들어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구로구는 3646건에서 3729건으로 2.2% 각각 증가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집값 약보합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선 탄핵정국 때도 서울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준금리 변수를 비롯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정치적 지형에도 변화가 많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