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저널리스트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레사(Maria Ressa)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초청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레사는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이 개인의 사고까지 소유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남용 사례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례로 소셜미디어 등의 발달로 가짜 뉴스가 실제 사실보다 6배나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술로 인한 초사회화가 민주주의 체제를 언론에 대한 압제가 가능한 사회로 이행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론에 대한 위협이 과거 정부 등이 주체가 된 톱다운(Top-Down) 방식에서 인터넷의 가짜 정보 등에 기반한 보텀업(Bottom-Up) 형태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하급수적인 거짓 정보와 이에 기반한 공격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세계 여성 언론인 중 73%가 직간접적으로 이런 공격에 노출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 등을 통한 정보 공작은 언론에 대한 신뢰성을 낮추고, 이들의 의지를 꺾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런 시도에 대해 저널리즘이 맞서 저항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위협에 맞서기 위해 그는 테크 플랫폼 등을 구축해 빅테크 기업과 별도로 데이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쁜 기술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기술, 올바른 저널리즘, 그리고 연대를 위한 커뮤니티 구축 등 3가지 솔루션을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마리아 레사는 2012년 필리핀에서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레플러를 설립하고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에 대항해 자국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수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의 윤리적 역할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2018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과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그는 특히 지난해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 등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 최초로 세계 언론인으로는 80여 년 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