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IT 여성기업 네트워크 부족...스케일업 통해 생태계 확장해야"

2022-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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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인터뷰, 2년 임기 시작하며 포부

"임기 중 IT여성기업 스케일업 및 지속성장 이끌 것"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여성 기업인이 300만에 육박하고 국내 스타트업 종사자의 3분의 1이 여성인, 그야말로 여성시대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아직 생태계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 증가했을 뿐 여전히 기술 기반 혁신창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혁신 창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 혁신 주도형 성장으로 여성 창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IT여성기업인협회는 이 과정에서 기술 기반 여성 창업의 성장과 권익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한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IT여성기업인협회는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중소·벤처기업의 활발한 창업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사단법인으로 문을 열었다.

지회는 크게 영남지회와 호남지회로 나뉘어 있으며 우수한 IT전문여성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ICT멘토링 △취약부문IT활용촉진 △차세대ICT여성리더 △경력단절자 AI, SW교육 △기업멤버십SW캠프 등이 있다. 특히 올해는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굵직한 정부 사업을 대거 따내며 협회 예산 및 사업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임기 내 IT분야에서 여성 기업인의 지속성장과 스케일업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의 강한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지난 2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박 회장은 IT여성기업인협회장이자 미래차 보안 전문기업 ‘시옷’을 운영하는 여성 CEO이다. IT여성창업 1세대 주역으로도 불리는 그는 현장에서 후배 여성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애로사항 및 불합리한 상황들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고한 뜻을 밝혔다.

31일 아주경제와 만난 박 회장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네트워크지만 IT여성기업인의 경우 같은 분야에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 흔하지 않아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임기 내 협회 회원사를 크게 늘려,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도와 후배 여성 창업가들을 육성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T여성기업인협회가 하는 일에 대해 듣고 싶다.

“대부분이 IT여성기업인협회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여성벤처협회 등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로 IT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여자 경영인들이 모여있으며 이들의 성장을 위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회원사는 총 450곳이며 올해 안으로 500곳까지 늘려 다양한 IT분야 기업들이 협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과거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쪽 개발이나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이 강세였지만 기술 융합시대가 도래하며 IT분야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에 종사하지 않아도 자체 운영 플랫폼 등에 IT를 입히고 싶은 경영진들도 많다.

실제 협회 가입을 원하는 회원사들이 더 다양해지고 있어 회원 가입을 위한 진입장벽을 낮춰 이들이 협회 안에서 융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임기 내 이것만은 꼭 해내고 싶은 중점 추진 과제가 있다면.

“크게는 3가지다. 협회가 하는 일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회원사들이 같이 모여 여러 가지 정책제안을 하고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협회에 많은 회원사가 모여야 한다. 올해는 기술 융합적 측면으로 회원사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기존 450곳에서 500곳까지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후배 IT 여성 기업인 양성을 위한 멘토링 교육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재 IT분야에서 대표되는 여성 기업인이 없다 보니 2030 후배 여성 창업가들이 사업에 대해 같이 문제를 논의할 기회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내가 IT분야에서 공부할 때도 컴퓨터 전공을 한 여성이 거의 없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에 협회가 직접 나서 2030여성이 창업하기 위해 혹은 창업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찾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협회 내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내가 사업을 직접 운영해보니 사업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야 오랜 시간 IT업계에 몸담고 있어 전화 연결 몇 통이면 이젠 원하는 관계자들을 찾아 소통할 수 있지만 후배 경영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협회에 오자마자 기존 지회 개념을 넘은 분과라는 개념의 협의체를 새롭게 만들었다. 앞서 강조했지만, 지금은 기술융합시대다. 지속성장과 스케일업은 절대 혼자서 이룰 수 없다. 다른 기업, 다른 분야와의 활발한 연계가 돼야 초연결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분과는 △정책분과위원회 △ESG운영위원회 △융합분과위원회 총 3가지이며 분과별 위원장 및 부위원장도 뽑아 활발히 활동 중인데 반응이 좋다.

그동안은 협회가 지회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지역끼리 모이는 일이 잦았는데, 분과를 만드니 지역 관계없이 전국 IT 여성 기업인들이 모여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네트워크 확장의 일환으로 올해는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한국디지털윤리학회를 공동 창립했다. IT분야 기업인과 법률가 간 교류로 디지털산업과 인권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학회다. 8월에만 해도 메타버스에 기반한 사이버 범죄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여러 차례 열었다.”
 
- 회사를 운영하면서 협회장을 맡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은 맞다. 하지만 완전 사업 초기도 아니고, 무엇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내가 느껴온 어려움들을 후배 경영인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직접 회사를 운영해 현장의 어려움이 더 잘 보이다 보니, 어려운 경영인들을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엮어주고 싶었다. 우리 협회에 임원사로 있는 분들 대부분도 다 같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기업인에겐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 지원은 해외 어느 나라보다 잘돼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IT 여성 기업인들이 모여있는 협회가 있는 곳은 전무하다. 하지만 국내는 20년 전부터 우리 협회가 운영돼 왔다. 의미 있는 일이고, 이 속에서 나 역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취임 이후 더 공격적으로 협회 활성화에 나선 것도 있다. 협회 직원들과 밤낮없이 일하며 다양한 정부 사업을 따냈다. 새롭게 추가된 정부 사업만 6개에 달한다. 그 결과 올해 협회 사업규모만 전년 대비 5배(739%) 정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지정사업만 받아서 했다면 경쟁을 통해 사업을 따내는 것을 능동적으로 해낸 결과다. 특히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기업멤버십SW캠프의 경우 상당히 따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이번에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약 25억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 IT여성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수적으로 남성이 대다수인 분야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생각해보라. 기술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여자 대표들은 다들 뛰어나다.

다만 회사 운영은 기술력과는 다른 분야다. 일정 부분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 IT 여성 기업인에 대한 지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IT분야에서의 여성 기업인들이 수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비즈니스적 한계는 존재한다. 나 역시 공대를 나와 보안 분야에서 공부를 오랜 시간 해왔지만, 남자들하고만 생활했다.

사실 나 역시 한때는 ‘왜 여성단체를 만드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기술적으로나 능력적으로 남자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회사를 운영하며 현장에 뛰어들다 보니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게 됐다.


비즈니스를 할 때 환경이 공평하려면 남자와 여자가 동수가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남성 경영인이 많다 보니 여성 경영인들이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여전히 비즈니스 미팅 시 나가보면 대부분 남자다. 계약을 결정하는 임원진도 대부분 남성이다. 이건 공평한 것이 아니다.

그나마 IT분야는 기술 백그라운드가 중요해 여성이란 이유로 좀 더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보는 것이 없다. 하지만 나 역시 이런 환경에서도 하룻밤 사이 계약자가 남성 기업으로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동등한 경쟁을 하려면 남녀가 비슷한 비율이 돼야 한다. 실력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여성 기업인들이 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향후 계획과 포부가 궁금하다.

“스케일업을 위해 내년엔 지금보다 협회 규모를 훨씬 더 키우려 한다.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협회 가입을 장려하고 멘토링 교육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려고 한다.

사업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 프로들과 경쟁해야 한다. 투자나 정부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기 위해 IR자료를 만들거나 특허를 내기 위한 과정들 모두 새롭고 어려울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경영인들이 준비태세를 잘 갖출 수 있도록 도울 거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하반기에는 IT여성기업인협회 하면 기억에 남을 만한 포럼을 하나 만들고 싶다. 포럼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 기업인들이 모여 서로를 스케일업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한마디로 여성 기업인들이 IT분야 창업 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되고 싶다.”
 
- 끝으로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한마디.

“요즘은 사업을 해서 집안이 망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사업하기 정말 좋은 세상이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경험이 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연한 사고와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활용해 창업에 많이 도전하고 실패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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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읽는 내내 감동... 앞으로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여성 IT 기업이 많아질 것 같아 설렘이고 자부심 뿜뿜!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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