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의 與당탕탕] 여당 원내대표의 입과 언론관

2022-07-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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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슬기 기자 ksg49@]

여야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등 언론 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지난 14일 잠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과방위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이유로 과방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이유로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공정성을 언급하며 현장에 있는 취재진을 향해 "젊은 여러분이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훈수를 뒀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젊은 기자로서 진짜 열정과 의지가 넘치고 특정 세력의 기자가 아닌 국민의 기자가 되겠다 생각하면 한 번 책자(20대 대선 MBC 불공정 보도 백서)를 보라. 방송 보도를 보라. 양심에 부끄러운지 아닌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상 현장에 있는 기자들을 싸잡아 '불공정 보도'의 주체로 매도한 셈이다.

한 취재진이 '원내대표님 논리대로라면 사주가 있는 언론사는 사주의 의견에 따라 보도가 된다는 것이냐. 기자들은 개인의 양심에 따라 취재한다'고 하자 "왜 그렇게 비약적인 질문을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 활동에 있어 개인의 양심에 따라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현안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하고, 자신의 출입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한다.

그러나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권 원내대표는 발언의 취지를 되묻는 기자들에게 "됐다. 질문하지 말라"는 말로 기자들의 취재 권한을 박탈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불공정하다'고 취급한 것이다.

원내대표는 단순히 그 정당의 대표가 아닌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권 원내대표의 말은 교섭단체의 입장을 대표한다.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들을 불공정 보도의 주체로 매도하는 권 원내대표의 말과 언론관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권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본인의 발언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더불어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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