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나홀로 정치'...與 직무대행 체제 얼마나 갈까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내 분향소가 마련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을 방문해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가 사흘 간의 침묵 끝에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면서 '메시지 정치'를 재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잠행'에 들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징계를 '사고'로 보고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정계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됐던 여당 인사들이 공부 모임을 시작하며 당내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어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철수 토론회 개최...'윤핵관' 대거 참석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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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론회 주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으로,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실장이 참여했다.

안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이런 상황에서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세미나 시리즈의 주제"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연속선상에서 지금 상황 대처를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이번 세미나"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약 40명 안팎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 정진석 의원이 자리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에 앞서 당내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를 결성하고 세 확장에 나선 바 있다. 새미래는 13일 두 번째 모임을 한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의 좌장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불참했다.

김 의원은 축사에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경제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토론 주제로 선정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오는 국제적 위기상황, 과학기술 혁명이 불러 일으키는 패권경쟁, 연금위기 등은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다"라며 "안 의원이 가진 여러 경험과 철학, 전문적인 식견이 어우러져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 역시 축사를 통해 "경제를 잘못해서 심판받는 대통령과 집권당은 이래저래 국물도 없다"며 "경제를 회복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잠행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본인(이준석) 몫이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며 "당 지도부가 국회와 정부의 가교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경찰수사가 변수...차기 지도부 구성 가능성 제시 

국민의힘은 이 대표 징계 이후 예상되는 당내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권 원내대표를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하는 지도부 체제를 추인했다. 권 대행은 12일 "이제 그런 (당내) 갈등 상황이 다 해소된 만큼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서 당이 정부를 뒷받침하고, 국민의 가렵고 어려운 곳을 긁어드리는 데 저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혼란 상황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의원들이 직무대행 체제를 빠른 시간 내 인정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6개월 후인 내년 초 당원권이 회복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대표직을 박탈당하게 되면 '궐위' 상태가 돼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권 대행은 "여러 가지 상황 변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잠행 중인 이 대표와 관련해선 "아직까진 소통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징계를 받은 뒤 사흘 만인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표가 당원 독려를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8일 오전 9시 8분께 온라인 입당을 독려하며 "한달에 당비 1000원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10시 35분께 이 대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포카혼타스' 주제곡인 '바람의 빛깔'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처지를 빗댄 노래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거취 압박을 받는 이 대표가 자진 사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권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징계가 계획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세상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겼는데 끝나자마자 바로 당 대표를 날리는 정당이 어디에 있느냐"며 "보통은 당 대표 급이 되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좀 기다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했다기보다 묵인 하에 이 대표를 징계했다고 봐야 한다"며 "윤리위원들이 윤핵관에게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우 위원장은 "민생위기 상황에 국민의힘 때문에 국회도 열리지 않고 너무 혼란스럽다"며 "과거에도 여러번 느꼈지만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참 희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행 체제로 가게 된 데 대해서는 "아주 엉망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