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국내 ERP(전사자원관리) 1위 업체인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클라우드 ERP·그룹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사업을 총괄하는 최낙훈 SKT 스마트팩토리CO담당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200인 내외 중견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함으로써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클라우드 ERP·그룹웨어 시장에서 최소 1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SKT 베이스 웍스, SKT와 더존 강점 결합한 차세대 ERP·협업도구
지난 5월 SKT는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더존비즈온의 클라우드 ERP '아마란스10'과 SKT의 영상 협업도구 '미더스(MeetUs)'를 결합한 클라우드 ERP·협업도구를 올 하반기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스웍스는 순수 SKT 기술로 만든 ERP·그룹웨어는 아니다. 더존비즈온의 ERP·그룹웨어·문서도구와 SKT의 영상회의 솔루션을 결합한 서비스지향 소프트웨어(SaaS) 상품이다. 최 담당은 "B2B(기업 간 거래)는 기업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 점에서 SKT는 국내 ERP·그룹웨어 시장 1위 업체인 더존비즈온과 협력함으로써 경영과 회계관리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했다"며 "베이스웍스를 통해 더존비즈온이 잘하는 ERP·그룹웨어 기술과 SKT가 잘하는 영상회의·AI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기업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클라우드 ERP·그룹웨어 개발을 완료하고 판로 확대를 위해 고민하던 더존비즈온 입장에서도 SKT라는 강력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베이스웍스는 SaaS인 만큼 SKT와 더존비즈온이 제공하는 최신 기술을 즉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일례로 현재는 SKT의 미더스만 적용되어 있지만, 2~3달 내로 SKT의 누구 기반의 대화형 AI가 ERP와 그룹웨어에서 실행되는 확장 프로그램 형태로 추가된다.
최 담당은 "ERP·그룹웨어와 AI를 결합한 것이 베이스웍스가 시중의 클라우드 그룹웨어와 차별화되는 최대 강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례로 AI를 활용하면 관리자는 매출 현황 같은 경영 보고서를 보기 위해 직원들을 보채지 않아도 된다. AI에 물어보면 바로 알려준다. AI가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잡무를 대신하는 비서 역할을 한다. 시중의 RPA(로봇자동화)보다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이다.
이는 베이스웍스에 포함된 더존비즈온의 ERP·그룹웨어·협업도구·이메일이 하나의 서비스로 '심리스(끈김없이)' 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다. 최 담당은 "흩어져 있는 기업용 서비스는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먼저 통합 서비스를 만들고 그 위에 AI를 결합해야 기업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SKT의 기업용 AI 비서가 일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SKT는 베이스웍스의 주요 타깃으로 50~200인 정도가 근무하는 중견 기업을 지목했다. 너무 작은 기업은 자체 ERP보다 회계 사무소에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대기업은 과거에 ERP·그룹웨어 도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먼저 중견 기업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향후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대기업들을 베이스웍스의 고객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최 담당은 "앞으론 대기업도 구축형 ERP·그룹웨어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사관리(HR)시스템은 SaaS 형태로 이용하는 게 대세이고, 문서관리 시장도 SaaS 전환이 시작됐다. 한국은 기업용 솔루션의 클라우드 전환이 다소 느린 편이지만, 곧 변화의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향후 베이스웍스에 SK쉴더스의 클라우드 보안이나 SK브로드밴드의 VDI(가상 데스크톱) 같은 SK ICT 패밀리사의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베이스웍스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고, 베이스웍스와 VDI·기업용 인터넷 회선 등을 결합한 통합 상품 출시를 기대해볼 수 있다. 최 담당은 "SK ICT 패밀리사의 기술뿐만 아니라 영업·판매 조직도 베이스웍스 확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판매 옵션과 가격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 담당은 "SKT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인 2000년대부터 휴대폰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큰 노력을 했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그 기조는 변하지 않아 모바일 그룹웨어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SKT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길 주문했고, 이에 따라 내부 업무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유영상 SKT 대표도 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고, 이에 최적화된 스마트오피스 운영 기술을 내재화하는 등 업무 문화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