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 부동산대책] "궐기대회라도 해야 할 판"...분상제 '찔끔' 개편에 불만↑

2022-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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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첫째)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1일 오전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건설·부동산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이었다. 해당 방안에는 앞서 예고됐던 분양가 상한제(분상제)·고분양가 심사제도·기본 건축비 개편 방안 등을 포함했다. 최근 건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 현장의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분양가를 현실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대 4%'...분상제 '찔끔' 개편 비판 피하기 어려워
 

한국부동산원이 분양가 상한제 제도개선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정비사업장의 분양가는 1.5%에서 최대 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상제에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이주 금융비 등을 가산 비용 항목으로 추가한 내역과 비정기 고시를 통한 기본형 건축비 인상분(약 0.5%)을 실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조건에 맞춰 시뮬레이션한 예상치다. 

일례로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공사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종전 3550만원에서 최대 3692만원으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합 측이 기대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앞서 해당 단지의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 평가를 통해 예상된 일반 분양가는 3.3㎡당 3700만원 선으로도 평가돼 다수의 조합원이 3.3㎡당 4000만원 수준까지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정부는 향후 택지비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택지비 심사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분양가 인상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처구니없다", "궐기대회라도 해야"...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 불만 속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정부의 분양가 인상 폭을 놓고 저마다 불만을 토로했다. 사업성 개선은커녕 급등한 건자잿값을 충당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택지비 심사 기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표하면서도 택지비 검증위원회의 신설은 경계하는 분위기도 상존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을 준비하다 현재 일정을 미루고 있는 A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4% 가지고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당초 나왔던 것에 기대했는데 정부가 너무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라고 실소를 터뜨렸다. 

A조합 관계자는 이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공약보다 후퇴하긴 했지만, 분양이 임박한 상황에서 크게 방법이 없긴 하다"며 "택지비 심사 기준 완화는 기존보다 나아진 것이 사실이기에 심사 주체의 강박감을 덜어주는 등 심리적인 효과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주를 마치고 철거와 일반분양 절차를 모두 준비 중인 B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조합 차원에서 새 정부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라며 "재건축 단지와 조합들이 뭉쳐서 궐기대회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번 안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해도 현 시세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20~30%나 오른 레미콘 등 건자잿값 충당조차 반영할 여지가 없는 데다 택지비 심의 기구가 새로 생기는 것도 하나의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상반기 분양을 목표로 철거를 진행 중인 C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전문 용역업체에 맡겨서 예상 분양가를 빠르게 산출해보려고 준비하곤 있지만, 당초 정부가 예고한 수준을 감안했을 때 최대 4% 인상은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C조합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가산비 항목을 건드려봤자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기에 택지비 심사 기준 완화가 가장 핵심"이라면서도 "이 역시 원론적인 언급 수준에 그쳐서 아쉽다. 향후 실제 토지 시세를 현실성 있게 최대한 반영하도록 심사 기준을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업성 없다"...소규모·사업 초기 단지일수록 불만↑

이러한 불만은 사업 초기 단계나 소규모 단지에선 더욱 컸다. 현 시장 환경과 사업 조건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산출할 수 없는 정도란 것이다.  

현재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D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분상제 폐지라고 얘기해놓고 각 항목 인상률이 이 수준에 그치는 거라면 초기 사업 단지들에선 오히려 '새로운 규제'라고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면서 "재건축 활성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지 의심되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이어 "건자잿값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 산정 기준을 조정한 것인데 사업성 개선엔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조합원 입장에선 기부채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양도세 등 겹겹이 쌓여 있는 규제에 대한 해소책도 여전히 없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내 E단지의 재건축 조합원은 "그나마 대규모 단지는 최대 4% 인상이라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400~500가구 이하 수준이라면 일반분양을 진행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합원은 이어 "공사비는 계속 오르고 시장 분위기도 안 좋아지는 데다 재초환 제도도 여전해 차 떼고 포 떼는 상황이기에 개인 조합원으로선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분양가 현실화 '첫발'에 의미" vs "수요자나 공급자나 모두 불만"

한편 건설업계는 분양가 현실화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정성적 의미는 찾을 수 있지만, 인상 금액에선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 사업 진행이 어려웠기에 일단 분상제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기에 후속 대책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건설사 관계자들은 최대 4%라는 한 자리 단위의 인상률로는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에 입을 모았다. 일례로 분양가 인상폭을 단순 적용할 경우, 전용면적 132㎡ 한 가구의 분양가가 10억원이라면 최대 400만원, 3.3㎡당 약 10만원이 오르는 수준이다. 이는 조합과 시공사 등 각 사업 주체별로 인상분을 나눈다면 실제 손실 보전이나 영업이익 확대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현재 발표안으로선 수요자나 공급자 양쪽 모두 다 불만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주택시장 일선에선 불만이 심화하며 분상제 폐지 등의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분상제를 유지하며 현실화하겠다는 입장 아래 하반기 중점 추진 계획까지 언급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분상제 폐지나 재초환 제도 개선 등의 새로운 정책도 당장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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