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

2022-06-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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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줄다리기…권성동 "마라톤 협상 하자"

법사위원장 뭐길래…대대로 '쟁탈전' 벌여

"정부 법안 통과 쉽게"…20대 국회도 홍역

여야간 원구성 합의 불발로 국회 공백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국회 로텐더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원 구성이 파행을 겪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의장단 단독 선출도 불사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민심을 얻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하기보다는 양보해야 한다는 '양보론'도 나온다.

◆여야, 법사위원장 자리 두고 줄다리기…권성동 "마라톤 협상 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 시작 전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대치를 벌여왔다.

앞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일 1시간가량 원 구성을 놓고 회담을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원 구성이 지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협상 당사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장관급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가급적이면 의견이 합치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좀처럼 원 구성 문제와 관련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다만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두 정당이 뜻을 같이했고, 최선을 다해서 협상을 계속해 나가자는 원칙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극한 대치를 벌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원장 독식은 '이재명 방탄국회'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국회 1·2교섭단체가 교차해서 맡도록 한 것은 17대 국회 이후 16년 동안 지켜 온 오랜 전통인데 21대 국회에서만 유일하게 민주당에 의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한나라당이 153석, 통합민주당이 81석이었을 당시 법사위원장은 전·후반기 모두 민주당이 맡았다. 이는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회 공백이 길어지자 권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 원 구성 협상을 위한 마라톤 회의를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며 "이번주 안에 반드시 담판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 민주당은 마라톤 회담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민생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당은) 항상 먼저 양보안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2년 내내 민주당은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양보안'을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성의 없이 시간만 끌지 말라. 국회의장을 하루빨리 선출해 민생 입법 처리와 인사청문 개최 등에 협조하든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양보안을 과감히 제시하든지 양자택일의 결단으로 먼저 답하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법사위원장이 뭐길래…대대로 법사위원장직 두고 '쟁탈전'

법사위는 국회 상임위원회 중 막강한 권한을 자랑한다.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소관에 속하는 사항과 헌법재판소 사무, 법원·군사법원의 사법행정, 탄핵 소추, 법률안·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있다. 상임위의 상임위로도 불린다. 각종 상임위 법안들을 본회의로 올려 보내는 역할도 해 과거에는 일부 법사위원장이 쟁점 법안을 두고 처리를 지연시키는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의 경쟁은 늘 치열했다. 앞서 16대 국회부터 19대까지는 줄곧 야당 의원이 맡아왔다. 이에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관행이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20대 국회 첫 법사위원장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에서 가져갔다.

입법의 양대 관문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갖는 관행은 17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여파로 과반 의석인 152석을 차지하고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인 한나라당에 내어줬다. 집권당이나 다수당의 '입법 폭주'를 막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협치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깝게는 20대 국회에서도 법사위 쟁탈전…'41일' 국회 공백

앞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도 법사위원장 쟁탈전은 있었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은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직을 내세우는 동시에 국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회의장단 우선 선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요구했다. 여야 위치만 바뀌었을 뿐 상황 자체는 지금과 '판박이'인 셈이다.

당시 한국당이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묶어서 요구한 이유는 법사위원장을 점하기 위해서였다.

20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에서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이 된 민주당에 의장직을 내주는 대신 법사위원장을 몫으로 챙겼다. 18~19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가 정부 지원 법안이 번번이 좌절됐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결국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에서 야당이 된 한국당의 여상규 의원이 가져가게 됐다. 또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 자리는 민주당에, 부의장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돌아갔다.

여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국회는 운영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민주당이 요구했던 법사위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기로 했고, 원 구성 진통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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