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가 2년 만에 뒤집히면서 사건 축소, 은폐, 왜곡 등을 둘러싼 논란과 정치권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표류인지, 월북인지 진실을 알고 있는 북한은 입을 닫고 있다. 오히려 남남갈등을 호재로 여기며 6월 초 계획했던 핵실험 기회를 또다시 엿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당시 이씨를 발견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은 코로나19 유입을 이유로 이 씨를 즉각 구조하지 않고 이씨가 바다에서 유실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활동만 했다. 이후 오후 4시 40분쯤 해당 선박에 탄 북한 측 인원이 이씨로부터 실종 경위와 월북 의사에 대한 진술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유지하던 북한 군의 태도가 급변한 건 22일 오후 9시 40분께다. 갑자기 북한 군 단속정이 나타나 상부 지시라며 이씨를 총살했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시 획득한 첩보에 “762로 하라” “예? 정말 762로 하란 말입니까”라는 북한군 교신 내용이 확보됐다. ‘762′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AK 소총 7.62mm를 일컫는 말로 'AK 소총으로 사살하라'는 은어로 쓰이고 있다.
이씨는 피살된 이후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에 의해 불태워졌다. 군 당국은 북한 군이 이씨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연평도에 있는 감시 장비로 관측했다.
“북한이 그러리라고 예측 못 했다”며 변명만 하던 軍
사건 발생 사흘 뒤인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와 빨리 협의해서 ‘우리 국민이 실종됐으니 빨리 구조해달라’고 전통문(대북통지문)을 보내는 등 빨리 움직였으면 적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고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첩보의 양이 정확하게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결과론적으로 이렇게 됐지만 거기서(북한) 구조되어서 송환한다든가 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북한이 설마 이씨를 총살하고 불태울지 예측 못 했다는 것이다.
실체 규명 열쇠는 '대통령 기록물'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이 가능한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수사로 이어질 경우 법원 영장을 통해 열람을 시도하는 방법은 있다. 유족들이 진상 규명과 관련자 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수사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과거 △대통령 기록물 유출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세월호 참사 관련 사건 수사 당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전례가 있다.
유가족 "문재인, 살인방조 혐의로 고소...나쁜 대통령"
첩보 자산을 통해 자신의 동생이 북한 군에 의해 사살당했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했다는 얘기다. 이씨는 정부가 미국 측 정보자산이라는 이유로 도·감청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직접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9월 추석 연휴 직후 4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라며 “유가족이 도·감청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미 의회의 도움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안보실 자료와 관련해서도 이씨는 “15년, 30년을 어떻게 기다리겠느냐”며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해 검찰의 영장청구가 이뤄지면 (자료를) 열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