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 경쟁 앞두고 '공부 모임' 활발해진 국회…때로는 '싱크탱크' 때로는 '세 결집'

2022-06-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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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 전 '물밑 다지기'…'공부 모임' 만들거나 '포럼' 열거나

'공부 모임'의 두 가지 목적…'싱크탱크'일 때도 '세 결집'일 때도

2개 이상 교섭단체가 모여 '연구' 목적을 가질 땐 지원비 지급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군들이 6·1 지방선거가 끝난 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부 모임'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거나 '포럼' 등을 개최해 세 결집에 나서는 행보가 대표적이다. 

9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당 대표 후보군에는 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 보궐선거로 당선된 안철수 의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거론됐던 정진석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친윤계 좌장격인 윤상현 의원과 원외 나경원 전 대표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당권 도전 전 '물밑 다지기'…'공부 모임' 만들거나 '포럼' 열거나

김기현 의원은 '공부 모임'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당내 싱크탱크(정책연구소)'를 표방하며 '혁신24, 새로운 미래(약칭 새 미래)'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야당 시절인 21대 국회 초반에 초·재선 의원 30명가량이 참여했던 의원 공부모임 '금시쪼문(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문제를 해결한다)'을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변화된 당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확대·개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새 미래' 모임 취지에 대해 "'금시쪼문'의 연장선이다. 당시에는 야당이었기 때문에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공부모임이었다면 지금은 여당으로서 새로 당에 들어온 의원님들과 함께 변화된 역할이나 환경 변화를 다시 구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부 모임을 통해 의원들이 결집하게 되면 '세 결집'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주 목적은 그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공부 모임'이나 '포럼'을 발족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안 의원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임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준석 때리기'로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혁신위원회 발족 등에 문제를 지적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공부 모임'이나 '포럼' 등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 [사진=새누리당]

◆'공부 모임'의 두 가지 목적…'싱크탱크'일 때도 '세 결집'일 때도

공부 모임은 국회의원의 모임 활동 중 하나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회 내 모임이나 포럼 발족 활동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원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웠던 데다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지난 총선 참패로 의석수가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공부 모임을 발족하는 것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연장선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뒷받침하고 당 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목적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태를 고려하면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몸풀기'로 읽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국회 내에서 의원 공부 모임은 이른바 '잠룡'들의 운신의 폭을 넓히거나 초·재선 의원들의 의제를 공론화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공부 모임이 당내 계파 갈등의 온상이 되기도 했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모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졌다.

국회 내 의원 모임은 대권주자나 차기 당권을 노리는 '잠룡'들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세'를 구축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고수하기 위해 주도해왔던 역사가 있다.

과거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당시 '역사교실 모임'에 가입한 현역 의원은 약 109명에 달할 정도로, 당 내 최대 연구모임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의 '역사교실 모임' 외에도 남경필 전 의원의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유기준 전 의원의 '국가경쟁력 강화모임' 등이 과거 국회 내에서 세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꼽힌다. 당시 150명이 넘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한두 군데에 참석을 중복으로 올리고 이른바 '줄대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2개 이상 교섭단체가 모여 '연구' 목적을 가질 땐 지원비도 지급

의원 모임은 크게 보면 순수하게 공부를 하기 위한 모임과 정치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모임으로 구분된다.

공부를 위한 연구 단체를 만들 경우 여·야를 막론하지 않고 2개 이상 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등 일정 조건을 갖추면 국회사무처에 연구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정의 지원비도 지급받는다. 국회사무처에 등록하지 않고 각 정당 내에서 활동하는 연구단체는 그 숫자가 더 많다.

과거 나성린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국가재정연구포럼, 박기춘 전 민주당 의원과 조원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축이었던 한·중 정치경제포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애초부터 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단일화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방점을 둔 모임도 있다. 정치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모임은 같은 정당 내 의원들이 모여 정책적 색깔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번에 발족한 '새 미래'의 경우는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던 김무성 전 의원이 지난 2014년 꾸린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 김 전 의원은 "당의 어른이란 사람들이 당권을 갖고 대립하고, 세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지만, 여야 정치권에선 '세 결집'을 위한 모임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9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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