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쓰고 싶었던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란 주제를 담았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돼 2일 내한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는 같은날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민음사)에 관해 설명했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이라는 뜻으로,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이상 현상’, ‘차이 값’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공쿠르상은 상금이 10유로밖에 안 되지만 수상작이 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때문에, 공쿠르 시즌은 프랑스 서점가의 대목이다.
1991년부터 단편, 장편, 희곡, 시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쓰고, 수학자, 언어학자, 과학기자, 만평가,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온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은 2020년 공쿠르상의 주인공이 됐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레몽 크노,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 같은 예술가들도 함께한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인 ‘울리포(잠재 문학 작업실)’의 회원이자 2019년부터는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청부살인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어린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으로 접어든 건축 설계사와 그의 연인인 젊은 영화 편집인 등 접점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제각기 펼쳐지다가 전대미문의 SF적 상황을 통해 인간 실존이라는 주제를 대면하는 과정이 마치 ‘미드’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문학성은 물론 이런 대중성 때문에 '아노말리'는 평균 40만부라는 공쿠르 수상작 판매 부수를 훨씬 뛰어넘는 110만부 이상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아노말리'는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스페인, 이스라엘, 일본 등 전 세계 45개 국가에 판권이 팔렸으며, 독일에서는 출간된 그 주에 1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슈피겔’ 집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스’ 집계 베스트셀러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