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되겠지만 1970년대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하는 경기 침체) 재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예상치보다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중앙은행 차원의 정책 정상화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다.
2일 한국은행이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원자재 시장 불안,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제하의 기조발표를 통해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1970년대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1970년대보다 광범위한 측면이 있으나 유가 상승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면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신 국장은 이 자리에서 원유 공급 충격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8분기 시차를 두고 주요 선진국 GDP가 약 0.5%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 원자재 수입국 GDP는 큰 폭으로 감소하며, 원자재 수출국의 경우에도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로 인해 수출단가 개선에 따른 수혜를 일부 상실한다"고 언급했다. 신 국장은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입국의 인플레 상승으로 이어지나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중기에선 오히려 인플레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현재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연내 인플레이션 움직임이 목표치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선진국의 경우 목표치보다 약간 높고, 신흥국은 목표치 범위 내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국장은 향후 경제 성장세 연착륙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해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 등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이후 자산가격은 상승했고 가계부채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향후 정책 정상화를 통해 경제를 연착륙 시킬 수 있을 것인가는 가계나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전에 얼마나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느냐에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