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음 악당에게"…'범죄도시2' 손석구의 조언

202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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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지난 2017년 스크린을 휩쓸며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범죄도시' 속 '장첸'(윤계상 분) 일당은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을 양산하며 한국 영화 대표 '악당'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이들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대적할 수 있는 '악인'으로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지켜왔다.

'범죄도시2' 제작 소식에 팬들이 우려를 드러냈던 건 '장첸'을 뛰어넘는 '악인'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기도 했다. 워낙 대중에게 사랑받고 인기를 끌었던 악인 캐릭터인 만큼 1편을 뛰어넘기 어려울 거라는 짐작이었다. 그러나 '범죄도시2' 개봉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새로운 악당 '강해상'은 더욱 무자비하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베트남과 한국을 휘저으며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새로운 악인 '강해상'의 활약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범죄도시2'는 개봉 5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중 최단기간 흥행 스코어다. 아주경제는 흥행 열풍의 중심에 선 '강해상' 역의 손석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죄도시2'와 '강해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범죄도시2'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어서 기쁜 마음이에요. '범죄도시' 팀의 팀워크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1편을 만든 제작진들이 그대로 2편에 투입되었고 애정 넘치게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작품의 장점을 잘 알고 있고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편으로 인해서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정착된 거 같고 그에 저도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해요."

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손석구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마치고 이상용 감독과 만났다. 그동안 로맨스·드라마 장르에서 활약하며 자신과 가까운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는 '범죄도시2' 속 악당 '강해상' 역할을 제안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범죄도시'는 출연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어요. 고민이 정말 많았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고 재밌게 본 작품이지만 직접 하는 건 다르잖아요. 연기할 때 액션 영화를 선호하지도 않고 본격적으로 (액션을) 해본 적도 없어서 걱정이 컸어요."

손석구의 마음을 돌린 건 '범죄도시' 시리즈를 향한 이상용 감독의 열정이었다. '범죄도시' 1편의 조연출로 시작해 2편의 감독을 맡게 된 그는 누구보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해 깊이 이해하고 애정을 품고 있었다.

"'범죄도시2'가 감독님의 데뷔작인데 영화를 향한 열정이 정말 뜨겁더라고요.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출연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어요."

'범죄도시2'를 임하는 손석구의 마음은 어땠을까? 선호하지 않는 액션 장르인데다가 1편이 대흥행을 거두었고 전작의 '악당' 캐릭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걱정이나 부담이 컸을 법했다. 그러나 손석구는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라며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작이 어땠고 '장첸' 캐릭터가 어떻고…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의식 자체를 할 수 없었어요. 액션과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바빴거든요. 부담감을 느끼거나 극복하려고 애쓰지도 않았어요. 감독님, 배우들과 모여 작품과 캐릭터, 상황에 대해 의논하고 몸을 던졌죠."

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강해상'은 베트남으로 여행을 온 한국인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살해하고 가족에게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악랄한 인물이다.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에게 거슬리는 이는 모조리 죽이는 범죄자. 손석구는 '강해상'의 '울분'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감독님과 함께 '강해상'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화가 많은 인물이니까 이 분노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지 찾아보기로 했죠.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견한 단어는 '울분'이었어요. 별 거 아닌 일로도 울분에 차서 앞뒤 재지 않고 덤벼들죠. 피해의식도 엄청나게 강하고요.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감정에 따라 몸부터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설정했고 그에 따라 연기도 맞춰나갔어요."

'범죄도시' 시리즈 속 악인 캐릭터들은 전사를 배제하고 있으나 '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의 입장은 달랐을 터.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설정을 토대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돈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성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게 '잘 살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과거 돈에 얽혀서 피해를 본 일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피해 의식에서 오는 울분 같은 걸 느꼈고 그런 정서가 생길 법한 삶을 살았겠거니 짐작해보는 거죠."

감독과 상의 끝에 '강해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지만, 완성본을 보고 나니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모든 장면을 3~4가지 버전으로 촬영해왔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며 "감독님이 생각한 '강해상'은 저런 모습이었구나" 인제야 판단이 선다는 입장이었다.

"제가 연기한 어떤 작품보다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그동안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이런 아이야'라고 생각하고 짐작했었다면 '범죄도시2'와 '강해상'은 제가 연기해놓고도 처음 보는 사람 같더라고요.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에 푹 빠져서 볼 수 있었어요."

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손석구는 '강해상' 역할을 위해 10kg나 증량했다. "단백질 쉐이크와 운동만으로 무식하게 몸을 키웠다"라는 그는 '강해상'의 외적인 모습이나 액션이 사실적이고 강렬하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강해상'이 진짜 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 외적으로나 액션으로나 사실적인 느낌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했어요. 화려하면서 사실적인 느낌의 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주연 배우이자 제작에도 참여한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기획되어있다고 밝혔던바. 악인들이 큰 사랑을 받았던 시리즈인 만큼 악당의 재출연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는 재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건 '범죄도시'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선택 같아요.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확고해지고 사랑받는 데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해상'도 시작과 끝이 명확해야 하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봐요."

손석구는 비슷한 시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구 씨' 캐릭터는 손석구의 장기인 감정 연기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역할. 그는 "자신의 인생 캐릭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나의 해방일지' 감독님께서는 '구 씨'가 저의 인생 캐릭터가 될 거라는 걸 미리 아신 거 같아요. '이 캐릭터로 인해 네가 배우로서 많이 바뀔 거다'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방송을 보고 나니 '아, 감독님께서는 저런 그림을 그리고 계셨구나' 깨달았고 새삼 놀라고 있어요."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시2'가 동시기 공개되며 대중들은 '구 씨'와 '강해상' 캐릭터의 감정 격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중. 그는 관객들이 충격받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라고 자평했다.

"'강해상'도 '구 씨'도 모두 저니까요. 두 캐릭터가 큰 차이를 가지고 있고 대중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면 배우로서는 만족할만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을 보니 '강해상'이 '마석도'를 피해 산포시(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구 씨'가 사는 도시)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고요. 같은 시기에 영화, 드라마가 나오니까 나올 수 있는 이야깃거리인 거 같아요.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 역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손석구는 '범죄도시' 다음 시리즈에서 등장하게 될 '악당' 캐릭터들에게 미리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무조건 열심히 참여하고, 소통하라"며 '범죄도시'는 함께 만들어가는 시리즈라는 걸 강조했다.

"'범죄도시'는 다 같이 만드는 영화에요. '넌 찍기만 하고, 넌 연기만 해' 이런 게 아니라 모두 모여서 캐릭터를 만들고 상황을 이끌어가죠. 제가 다음 '악인' 캐릭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속으로 '이상하다' '별로다' 싶은 아이디어라도 일단 (동료들에게) 이야기해보라는 거예요. 즐겁게 소통하는 게 엄청나게 중요해요. 눈치 보지 말고 즐겁게 즐기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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