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혼시장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참지 않아’ 입니다. 더는 부부 관계에서 일방 또는 쌍방이 관계의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기보단 빠른 새 출발을 도모하려는 현상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지셨으면 합니다. 부모 모두가 자녀 양육권을 포기하려 하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사건을 지켜보는 변호사로서 매우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방효경 법무법인 피앤케이 변호사는 근래 두드러지는 이혼 법률시장 추세를 이같이 요약했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과거와 달리 한층 개선된 요즘에는 이혼을 향한 두려움이 크게 불식됐다. 이에 이혼은 물론 이혼 법률 상담도 활발해졌다는 설명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이혼 상담 건수는 늘어나는 이유”라고 방효경 변호사는 분석한다.
이혼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나면서 남는 숙제도 있다. 부부의 헤어짐 뒤에 남겨지는 자녀에 대한 문제다. 방 변호사는 “부모가 자녀 양육권을 포기하려고 해 양육권이 제3자에게 맡겨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며 “최후 수단으로 아이가 시설에 맡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법원이 그나마 양육에 적합한 쪽이 양육권을 맡도록 설득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양측이 서로 양육권을 포기하기를 원해 자녀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홀로 남겨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장 분노하는 순간”이라며 “이혼은 두 사람 관계를 정리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자녀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인 만큼 경각심을 갖고 고민을 많이 해보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방 변호사는 지난 2019년 4월 변호사 일을 시작한 청년 변호사다. 그런 만큼 젊은 감각으로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꿰고 법률가로서 전문성을 조화해 자문과 변론에 임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이런 그가 파악한 또 다른 최근 이혼 시장 특징은 ‘소송 아닌 조정’이다. 이혼 소송 전 조정 과정에서 부부 양측이 협상하는 편이 서로 가져갈 게 많아 조정을 자주 동원하게 됐다는 의미다. 통상 국내 이혼 소송에서 가져갈 수 있는 위자료는 최대 5000여만원. 그러나 조정 과정에서는 법리나 판례 영향을 받지 않아 양측이 원하는 바를 더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조정의 범위도 넓다. 졸혼이 대표적이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각자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방 변호사는 “졸혼을 하고 따로 사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조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정 기간 별거를 해본 뒤 합가를 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때 변호사 역할이 중요한데, 서로에게 이득이 될 만한 제안을 해서 설득하는 과정이 조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고 방 변호사는 얘기한다. 대표적 사례가 ‘아빠 양육권’이다. 부부가 함께 양육에 참여하는 요즘 현실과는 다르게 법원에선 여전히 엄마를 주요한 양육자로 본다. 아빠가 양육권을 가져가기 어려운 현실이 빚어진 이유다. 이에 방 변호사는 ‘아빠가 양육권을 확보하는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무기로 삼고 있다. 방 변호사는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심각한 사정이 없는 한 양육권은 아직도 엄마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법원에서 아빠 양육권을 인정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고 저 역시 소송 끝에 이런 결과를 끌어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방 변호사의 철칙은 ‘공감’과 ‘솔직함’이다. 방 변호사는 이혼 전문 변호사 소임이 법률 상담에 한정돼 있지 않다고 본다. 가족사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그를 찾는 만큼, 의뢰인 심리까지 세심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공감 능력이다. 의뢰인이 그를 찾았을 때 법적 절차를 거쳐 사안이 해결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말하는 대목도 중시하고 있다.
“송사로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에 대해 해결을 장담하면 수임은 더 잘되겠죠. 하지만 이는 의뢰인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좋지 않아요. 의뢰인과 저 사이 신뢰 관계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영양가 있는 입소문도 타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방 변호사가 밝힌 변호사로서 소신이자 영업 기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