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하프늄옥사이드(HfO₂)'에 이온빔(ion beam)을 이용, 기존 반도체 공정상의 제약 없이 고집적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온빔은 전기장이나 자기장으로 전하를 띤 원자(이온)의 방향을 정렬해 만든 흐름을 뜻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윤석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이온빔을 이용해 HfO₂의 강유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13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기본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김 교수, 허진성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박사, Sergei Kalinin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박사가 공동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HfO₂의 강유전성을 증대하는 기존 방법은 추가 후처리과정을 필요로 했고 강유전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여러 공정 조건을 극복해야 했기에 실용화하기 어려웠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온빔'이라는 하나의 변수로 HfO₂ 소재의 강유전성을 손쉽게 조절하고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이온빔을 적용한 결과 이온빔을 적용하지 않을 때보다 강유전성을 200%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에 처음 제안된 HfO₂ 기반 강유전체는 복잡한 공정최적화 과정과 필수적인 후처리과정으로 인해 실제 전자소자의 초고집적화를 위한 응용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며 "이온빔을 통한 강유전성 제어법은 기존의 복잡한 공정 과정들을 생략하게 하며, 이온빔이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자유자재로 물성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반도체 공정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견인할 가능성이 기대된다"며 "HfO₂ 기반 강유전체는 초박막 상태의 2차원 구속으로 인해 매우 복잡한 공정최적화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 양산 적용까지는 극복해야할 엔지니어링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과정을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강유전성을 활용한 고효율 반도체소자의 실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강유전성의 증가 원인이 산소결함 밀도와 연계된 결정구조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원리를 밝혀냈다. 강유전성의 발현 정도는 '산소 공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이온빔을 이용한 산소 공공의 정량적 조절로 강유전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산소 공공은 산화물 재료의 결정구조에서 산소 원자가 빠진 빈 자리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방법론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실제 반도체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적 조건 탐색 등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