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정부 최초로 주 4일 근무제 법안이 발의됐다고 CN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보도했다. 5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기존의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안이다.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금지하고, 3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무자에게는 정규 급여 1.5배 이상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과거 산업혁명에 기여했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은 근무 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주 4일 근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외에 유럽에서는 이미 벨기에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스페인, 영국 등이 적극적으로 주 4일 근무제 법제화를 고려하고 있다. 유럽에서 관련 연구 선두에 선 국가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의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스페인과 스코틀랜드 등 다른 국가들 역시 시범 사업 형태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지난해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3년의 시한을 두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스코틀랜드 역시 올해 1월부터 1000만 파운드(약 161억원) 규모의 주 4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벨기에가 주 4일 근무제 법제화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벨기에 정부는 근로자가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절해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시간을 변경할 수 있게 하고, 고용주가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확실한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제시하게 했다. 또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더라도 기존 임금은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개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개정안의 목표는 국민과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지난해 말 71% 수준에 머물렀던 고용률을 2030년까지 80%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상대적으로 오래전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해 온 유럽과는 달리 과로사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만들어질 만큼 긴 노동시간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일본에서도 변화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 집권 자민당은 주 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휴일을 늘려 육아나 간병 등으로 인해 퇴직한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제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일본 대기업 히타치제작소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중에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총 근무시간과 임금은 유지하는 형태다. 하루 최소 근무시간 제한 규정을 없애 하루 9~10시간씩 일해 나흘간 총 업무 시간을 채울 경우 남은 시간은 쉬게 하는 조치다.
일본의 통신장비업체 NEC 역시 직원 2만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가지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을 비롯해 파나소닉홀딩스, 시오노기제약,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역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은 거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고용주들을 대표하는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주 4일제 법안이 일자리를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에 가장 큰 부담을 안기는 비용 중 하나인 노동 비용이 증가하며 오히려 기업의 고용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모두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누리집에 게재된 2022년 직업 살해 법안 목록에는 주 4일 근무제 법안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