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 영업이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12조원에서 2017년 5조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2018년에는 2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들어 다시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엔 5조8000억원 넘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다. 2017년 1조339억원이던 영업이익 규모는 2018년 1조2769억원, 2019년 1조3345억원, 2020년 8989억원, 2021년 1조2397억원으로 흑자를 이어왔지만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지 못했다.
두 공기업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방만 경영이라는 비난에는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과 급여 상승 등 정부가 제시한 경영 방향을 어쩔 수 없이 따르면서 나타난 현상이어서다.
인건비도 꾸준히 상승했다. 한전 정규직 직원 평균 보수는 기본급 기준 2016년 5281만원에서 지난해 5707만원으로 약 9.7% 올랐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는 4701만원에서 5133만원으로 9.1% 증가했다. 인건비와 직원 수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관련 예산 지출 증가 폭도 커졌다.
한전 관계자는 "공기업 목적은 사기업 성격도 띠어야 하지만 결국은 정부가 정하는 경영평가 기준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요지부동이던 공공요금도 경영난에 한몫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에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6.9원 올렸지만 이는 2013년 11월 이후 8년여 만이다. 한전은 원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더 올리기 위해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동결을 결정했다.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은 평균 1.8%(주택용 MJ당 0.43원, 일반용 0.17원) 인상됐다. 다만 올해 4월부터 적용되는 가스요금은 주택용 기준 MJ당 14.65원으로 2017년 11월 16.16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 요금이 환율·유가 등과 연동돼 2개월마다 조정되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국민경제 안정을 명목으로 동결해왔기 때문에 미수금이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폭을 낮추고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을 개선하려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전·가스공사뿐 아니라 대부분 공기업이 정규직 전환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평가지표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선택은 쉽지 않다"면서도 "공기업은 자선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공공요금 인상 등 연쇄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은 정치적 목표를 설정하면 거기에 맞게 경영해 나간다"며 "임금을 비롯해 여러 복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늘어난 것도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난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공요금을 올리더라도 정책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는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