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부실을 일으킨 방만 경영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감사원 점검을 바탕으로 공기업 바로잡기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청에 따라 공공기관 방만 경영 실태 조사에 들어간다. 인수위는 감사원이 지난달 25일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방만 경영 근절 방안을 전하자 이 같은 조사를 주문했다.
차승훈 인수위 부대변인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하면서 "감사원에 공공기관 경영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으로 공공기관 정상화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손보기는 예견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 내내 공기업 방만 경영이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낙점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기재부 출신인 추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권 4년간 공공기관 방만 경영으로 수익성·생산성·안정성 지표 전부 엉망이 됐다"고 질타했다. 특히 "그런데도 공기업들은 인원 늘리고 임원들은 억대 연봉에 수천만 원대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 36곳 임직원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12만1350명에서 출범 4년째인 지난해엔 14만5047명으로 2만명 이상 늘었다.
경영 실적은 정반대다. 기재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인 40개 공공기업의 2020년 부채 규모는 512조1000억원에 달했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95조1000억원 수준이던 부채가 4년 새 17조원 불어난 것이다.
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부채비율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에너지 공기업(12곳) 259.6%,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10곳) 173.3% 순으로 높았다.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 기업은 자산이 2조원 이상이거나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다. 전체 347개 공공기관 부채 중 95%가량을 차지한다.
공기업들은 경영 부실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추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알리오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 기준 36개 공기업 상근임원(179명)은 한 사람당 성과급 4675만원을 챙겼다. 성과급을 아예 받지 않는 18명을 빼면 1인당 5197만원으로 올라간다. 부채비율이 높은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과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기관장들이 받는 성과급은 1억원을 넘었다.
추 후보자는 지명 후 처음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공공기관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10일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을 경영난 이유로 꼽는 에너지 공기업을 향해 "이들이 과연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면서 도저히 안 될 때 요금 인상을 할 때야 국민도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일갈하며 공공기관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기업 부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전반적인 조사로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공기업을 가려내고, 개편 작업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