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3)와 아들 B씨(50)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에게는 징역 3년, B씨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 부자는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며 지난 2012년 한 장물업자에게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구입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원을 더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A씨 부자가 빼돌린 대명률은 1389년 명나라에서 수정 편찬된 책을 판각 인쇄한 판본이었다.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1397년 반포본보다 연도가 앞선 희귀본이다.
A씨는 이를 '선친으로부터 받아 소장한 유물'이라며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고, 이 대명률은 2016년 보물 1906호로 지정됐다. 문제는 이들 부자가 산 대명률은 1998년 경주에서 도난당한 장물이라는 점이었다.
장물업자는 대명률 보물 지정 뒤에도 A씨 부자가 약속한 1000만원을 주지 않자 수사기관에 협조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2016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대명률을 매수한 사실이 없고,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대명률이 지난 1998년 경주에서 도난당한 대명률이 맞고, 이후 A씨 등이 장물업자로부터 매수한 것이라고 보고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대명률이 가치가 높은 서적이라는 것을 여러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은 뒤 A씨에게 판매했다는 장물업자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이 대명률의 취득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이를 통해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되게 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A씨 등이 허위로 대명률을 제작해 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것은 아니고, 현재 대명률은 큰 훼손 없이 위탁보관돼 있다"며 감형하고,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