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부자 머스크, 테슬라 주식 팔아 트위터 살까?

2022-04-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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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스페이스X 등 회사 통제력 잃을 위험

테슬라 주가 변동성 커…금융권 대출도 미지수

포이즌 필 도입해 경영권 방어 움직임도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모두를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자산 2500억 달러(약 307조원)를 보유한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들이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외신은 머스크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인수 자금을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승산이 없어 보인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전부를 인수해 비상장 회사로 만들겠다는 깜짝 소식이 나왔다. 트위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가 사측에 트위터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하겠다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머스크는 현재 트위터 지분 9.2%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나머지 지분 전부를 1주당 54.20달러(약 6만6530원)에 현금으로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총 430억 달러(약 52조782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성공하면 그는 테슬라, 스페이스X를 포함한 주요 3개 기업을 소유하게 된다.
 
테슬라 주식 팔아 트위터 살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AFP·연합뉴스]

그런데 WSJ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기업 인수 희망자는 현금을 손에 쥐고 등장하거나 최소한 인수를 지원할 은행을 등에 업고 나오기 마련인데, 머스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금까지 인수자금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머스크의 자산가치는 무려 2500억 달러(약 307조원) 이상에 달하지만, 그의 재산 대부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식으로 묶여 있어서 현금이 부족하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을 위해서 두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면, 회사에 대한 그의 통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대는 방법도 있다. 테슬라 임원은 자사주 가치의 25%를 금융권에서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현재 약 1760억 달러(약 216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25%인 약 430억 달러를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 지분 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390억 달러만 있으면 트위터를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SEC에 제출된 서류를 보면 머스크는 작년 8월 기준으로 이미 8800만주에 대한 개인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그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생각보다 낮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금융사들이 단일 주식으로 4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승인할지도 미지수라고 WSJ는 지적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도 마구 흔들리는 등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날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이 나온 뒤 테슬라 주가는 3.6% 넘게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주당 최저 764달러에서 최고 1145달러까지 거래됐다. 이렇듯 변동성이 큰 주식은 가치가 빠르게 떨어져서 은행에 큰 손실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 주식은 위험 담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 주주들 바리케이트 치기 시작
머스크 역시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TED) 행사에 참석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난 충분한 재산이 있고 가능하다면 할 수 있다”며 트위터가 인수 제안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플랜B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이사회는 벌써부터 머스크에 바리케이트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논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 필’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이사회 의결을 통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다. 주식 발행 수를 늘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주요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빈 탈랄 왕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일론머스크의 제안(주당 54.20달러)은 트위터의 성장 전망을 감안할 때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에 근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제안한 금액은 턱도 없다는 것이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 역시 이날 전 직원이 모인 회의에서 “머스크 인수 제안에 인질로 잡혀 있지 않다”며 직원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그라왈 CEO는 트위터가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강력한 문화가 있으며 "단 한 사람이 그걸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큰 손’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머스크에게 등을 돌린 점도 자금 조달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머스크와 다이먼 회장은 전기자동차 금융 지원 등에 대한 이견으로 불화를 겪은 바 있다. 작년에는 JP모건이 “테슬라가 신주인수권 계약을 위반했다”며 2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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