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 주 개최된다.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측 갈등이 일부 불거지긴 했으나, 이 후보자의 역량으로 비추어 볼 때 청문회는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청문회는 향후 4년간 한은을 이끌 통화당국 수장의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여서 '이창용의 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최근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함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여·야 모두 이 후보자에 대한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역대 총재 가운데서도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 후보자는 하버드 경제학 박사, 서울대 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여기에 최근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금융행정에도 익숙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인맥도 탄탄하다. 국내에선 인창고와 서울대 80학번 동기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서울대 동기인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이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인창고·서울대 후배다. 최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추경호 후보자와는 금융위 부위원장 당시 금융정책국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이번 인사청문회는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속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각국의 유동성 회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에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매파(통화긴축)적 기조를 보이느냐, 비둘기파(통화완화)적 기조를 보이느냐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높다.
이번 청문회에선 가계부채 관리 측면의 이 후보자의 통화정책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자는 기재위 소속 김주영 민주당 의원의 서면 질의에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당 고용진 의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LTV 와 같은 미시적 대출 완화정책이 확대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면 물가·금융 안정 등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