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곡물 등 주요 상품의 선물 가격이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79%나 급등했다. 보통 봄철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곤 하나, 이번엔 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난이 가중되며 유가가 같은 기간 34%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더구나 미국 내 주요 석탄 가격 지표인 센트럴 애팔래치아 석탄을 비롯해 콩기름, 귀리, 카놀라, 유채기름, 밀, 가솔린, 디젤, 프로판, 팜유, 구리, 주석 모두 올해 들어 선물 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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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경제 선진국 가운데 60%가 연간 인플레이션율 5% 이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이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대체로 2% 안팎이다. 신흥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7% 이상의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쟁 이후 유가 급등, 40년 만의 최대폭의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퍼펙트스톰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슨연구소는 2021년 5.8%였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3.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는 한 곡물 가격이 끝도 없이 치솟으며, 빈곤국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전쟁이 계속된다면 식량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급등해 빈곤 국가는 극심한 기아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리랑카, 파키스탄, 페루 등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는 전날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최근 총리를 바꿨고, 페루와 브라질에서도 물가 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하며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영국은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자, 지난 12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프랑스에서는 경제난에 극우로 통하는 마리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최근 "선진국들이 수년간 누렸던 저물가 시대가 끝났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힘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