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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지했든 아니든 그가 성공해야 나라가 번창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디아스포라’로 전 세계를 누빈 우리 국민도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을 만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 중 이번이 가장 박빙인 0.73%포인트로 승부가 갈렸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평한다. 함의는 반성과 혁신보다 민주당 권력 구조의 현상 유지일 수 있다. 역대 대선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후보들 간 대결이었다. 따라서 역대 대선 이후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선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80%대까지 고공 행진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오르지 않고 있다. 표면적인 원인은 대통령실 이전 프로세스, '윤핵관' 문제, 올드 보이 중용 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선 시즌2’인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양 진영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윤 당선인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비전과 희망을 담은 ‘시대적 소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원래 오리지널은 3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진짜라는 원형, 독창적인 창조력, 새로운 신선함이다. 윤석열 정부가 보여줄 새롭고, 창조적이고, 진짜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를 국민은 보고 싶은 것이다.
세계사에서 성공한 정치 리더들을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었다. 중도우파로 ‘평화통일의 주역’이었던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로 냉전 종식에 기여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다. 먼저 콜 총리는 16년간 집권한 최장수 총리로서 ‘애국’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독일 총리연구 전문가인 귀도 크노프 박사는 저서 <독일 공화국의 힘 칸츨러(총리)>에서 “전임자들과 달리 콜은 이데올로기가 필요치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 전통과 가치를 추구한 리더였다”고 평가한다. 중도우파인 콜 총리는 전임자 중도좌파인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평화통일의 주역’이라는 역사적 왕관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당시 자유 진영의 시대적 조류인 신자유주의와 거슬러 올라가는 가족 친화적인 복지를 강화했다. 역사학자 출신답게 신의 옷자락을 잡았고, 차기 리더를 발굴해 기회를 주었다. 구동독 출신인 30대 앳된 앙겔라 메르켈은 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에서부터 출발해 환경부 장관, 최초 여성 당대표, 그리고 총리에 올랐다. 콜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합의 리더십을 통해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그럼 윤 당선인은 어떻게 어떤 오리지널리티를 형성할 수 있는가?
상징적으로 ‘매의 눈으로 크게 멀리 보고, 곤충의 촉각으로 구체적으로 현장을 살피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물고기처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할 수 있다. 오리지널리티 형성을 위해 3가지 측면, 통시적·공시적·현상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통시적으로 우리 대통령 역사, 즉 왜 실패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공부하는 것이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지만, 올바른 역사의식이야말로 시대를 지배할 수 있다. 노태우 북방정책, 성사되지 못한 남북 정상 영차 회담(김영삼·김일성), 김대중의 신 한·일 관계 등이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갔다. 또한 김대중(DJ) 대통령은 연정인 통합의 정치로 성공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소영’ 패거리와 '성시경' 정치로 실패했다. 역사적 반면교사다. 일각에서 윤 당선인 측 행보나 측근들이 과거 MB 시대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둘째, 공시적인 시각으로 세계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전진하는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일이다. 나라의 전진 역사는 크게 두 부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글로벌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해 국부강병, 즉 경제·국방 강국과 더불어 국가 구성원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장으로 약자를 보듬는 일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선언과 이준석 대표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시위 방식에 대한 정치적 태도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1세기는 ‘우머노믹스’ 시대다. 여성이 강자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여성을 배려해 활동을 지원하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독일 숄츠 정부의 50%가 여성 장관들이다. 미국 역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해리슨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해 승리했고, 바이든 정부의 여성 장관이 40%에 육박한다. 인류 역사는 여성·어린이·장애인·노약자 등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방향으로 전진해왔다.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가 아니라 공화국의 공동선을 말한다.
셋째, 현상학적 인사이트(insight), 즉 통찰력을 갖출 것을 말한다. ‘지향성’을 갖고 현실적으로 ‘지금, 여기(now, here)'의 현안을 살펴 나은 사회로 가는 것이다. 국정의 지향성(방향)을 우선 정하고, 이에 기반해 순위를 매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문제 해결은 학벌이 아니라 협업 능력이다. 한국의 학벌은 학연 카르텔로 문제가 많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는 폭정”이라고 지적한다. 민주 정치의 기본 철학은 ‘대의성’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정치를 꽃피울 때 발전한다. IQ보다 EQ가, 공감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다양한 많은 사람들의 집단 지혜를 모을 때 최선의 선택이 가능하다.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즉 역사 의식, 글로벌 트렌트(문명) 파악, 현상학적 지향성은 끊임없는 ‘문사철(문명·역사·철학)' 공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공동선을 위한 ‘영성의 정치’와 지도자로서 ‘세계관(Weltanschauung)'의 진화를 이룰 수 있다. 새 시대의 ‘담론(discourse)'을 만들어가라는 명령이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말한 ‘시대정신(Zeitgeist)'을 담은 방향성이다. 16년간 집권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정파를 초월해 전문가를 초청해 공부했다. 그 결과 임기 말 80% 지지를 받으면서 떠난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리더가 오리지널리티가 없으면 테크노크라트(관료)가 ‘영혼이 없는 힘’을 발휘한다.
김황식 전 총리는 저서 <독일의 힘>에서 “독일 총리들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정파나 정치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정신에 맞는 소신과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선도해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뻔한 방식으로 정치를 하면 뻔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리티’가 없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담은 고유한 정치를 펴라는 주문이다.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소통’ ‘협치’ ‘통합’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언행일치’가 중요하다.
대통령은 대선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 5000만명, 남북 8000만명의 안위에 책임 있는 대통령은 과감한 변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 기간 동안 오리지털리티를 형성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토사구팽’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이 있다. 측근들의 권력 욕망을 물리치고, 약자의 고통을 함께하는 공감 능력, 신 냉전의 시대에 새 역사를 만드는 개척자의 길을 가길 기대한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프론티어 정신이
강력한 리더를 꿈꾸며~~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