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협치'로 성공한 독일 총리, '보복정치'로 불운한 한국 대통령

2022-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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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교수]



 
“독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누구일까?”
새로운 세기 초인 2003년 독일 제2 공영방송 ZDF가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인을 국민에게 여론 조사해 발표했다. 1위가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3위가 빌리 브란트 총리, 9위가 비스마르크 총리, 13위가 헬무트 콜 총리, 21위가 헬무트 슈미트 총리, 27위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 등이었고, 당시 총리인 슈뢰더도 100위 안에 들었다. 종전 후 총리 6명이 위대한 독일인 100인에 포함될 정도로 정치인들이 존경받고 있는 것이다. 비정치인으로는 2위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가, 5위 카를 마르크스 학자, 7위 요한 볼프강 쾨테 작가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조사했다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상위에 올랐을 것이다. 전후 8명의 총리가 평균 10년간 재임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업적을 만들어갔기 때문에 존경받고 있다. 많은 독일인들은 ‘이보다 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린 시대가 없다’고 노래할 정도다.
독일은 평화 통일에다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연방국가, 사회보장제도가 잘 구축되었고, 노사가 상호 파트너로 인정하는 경제 민주화에다가 ‘3무’(無), 즉 입시 지옥, 대학 서열, 대학 등록금이 없는 나라다. 청년 일자리가 남아돌 정도로 외국 청년들을 영입하면서 유럽의 중심 국가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은 또 국가 GDP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이자 수출을 해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경상수지 1등인 경제 강국이다.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 다시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북핵과 ICBM 발사, 양극화와 지방 소멸, 청년 실업과 세대·성 갈등에다가 세계 최고 자살률 및 초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보다 앞서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지향해야 할 나라라고 보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했고, 왜 우리는 해결하지 못할까?
그 원인은 각국 정치 지도자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주요 문제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성공은 시스템과 개인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지만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정치 문화다. 독일은 협치, 연정의 나라이고, 한국은 복수 정치로 점철되는 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다. 먼저 초대 건국의 주역 아데나워 총리는 히틀러 나치에 의해 2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기를 넘기면서 권좌에 올라 새 정치·경제 시스템, 즉 칸츨러민주주의(Kanzlerdemokratie)'와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wirtschaftsystem)'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자는 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치 문화를 말하고, 후자는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되 그 과실을 국민이 골고루 나누는 사회보장제도 국가를 말한다. 1957년 아데나워 총리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소수 정당과 연정을 했다. ‘협치’의 정치문화 전통을 확립해 이후 모든 정부는 대연정 혹은 소연정이다. 현 독일 숄츠 정부 역시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정인 것이다.
1960년대 중도우파 기민당에서 중도좌파 사민당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비전의 정치가 브란트 총리는 아데나워의 서방정책에 기반해 동서 데탕트인 동방정책을, 전임자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켜 경제민주화를 확립했다. 노사가 상호 파트너로 인정하는 노사공동결정제도를 전국 2000명 이상 기업에 제도적으로 정착시켰다. 서울시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고, 윤석열 당선인도 동의한 ‘노동이사제’가 한 부문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 다시 사민당에서 기민당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헬무트 콜 총리는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과 복지정책을 오히려 확장해 갔다. 동독과 교류·협력을 강화했다. 콜 총리는 세 번째 동·서독 정상회담에서 동독의 권력자 호네커에게 백지 수표를 건넸다. 대신 동·서독 이산가족 방문과 동시에 인민들 간 교류와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또한 콜 총리는 당시 서방의 트렌드로 영국의 대처 총리,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추구한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오히려 가족친화적 사회를 위해 복지를 강화했다. 필자 역시 당시 독일 본 대학 유학생으로 혜택을 받았다. 그 결과 콜 총리는 최장수 16년 동안 집권하면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통일의 주역’이라는 왕관을 차지했다.
1998년 다시 기민당에서 사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슈뢰더 총리가 집권했다. 그는 당시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던 독일을 ‘어젠다 2010’과 ‘하르츠 4’라는 사회경제 개혁을 통해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만들었다. 지지층에 불리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통해 전체 독일 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2005년 다시 사민당에서 기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2년 동안 사민당과 대연정을 이어가면서 슈뢰더 정부의 노선을 유지했다. 그 결과 독일 역사상 가장 행복하고 부강한 나라로 도약한 것이다.
 
왜 연정이 독일에서 중요하고, 어떻게 업적을 내고 있는가?
연정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통합의 정치로 미래로 전진하고, 상호 존중하에서 투명하고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하기 때문이다. 검증받은 정치인만이 국가 주요 관직을 맡아 업적을 내게 된다. 링 안인 내부에서 견제·감시와 동시에 협력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정부패와 패거리 정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전후 8명의 총리는 스스로 자녀, 친·인척 등 단 한 명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로 솔선수범했으니 존경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 대통령들은 단 한 명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독일 협치의 철학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말한 변증법에 기반하고 있다고나 할까! 변증법의 핵심 단어는 독일어 ‘Aufheben’으로 ‘지양한다’는 뜻이다. 좋은 것을 계승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더 나은 것을 만드는 정(正), 반(反), 합(合)의 논리다. 고사성어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도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왔다. 최빈국에서 경제 10대 강국으로 도약, 아시아 최고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정보화 선도 국가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의 역사는 불행했다. 초대 대통령은 독재로 망명했고, 이어 신독재로 부하 총탄에 서거했고, 두 명은 부패로 감옥에 갔고, 민주화 기수(YS·DJ)들은 아들들을 감방으로 보냈고, 후임자는 스스로 목숨을 선택했고, 한 명은 아직 감옥에, 다른 한 명은 탄핵을 당했다. 광복 정국부터 시작된 보복 정치는 김구, 송진우 등 정적을 암살했고, 독재 시대에는 YS·DJ 등을 탄압했고, 민주화 이후에도 보복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 정치의 거인으로 평가받는 YS·DJ 시대에는 정치보복이 없었다. 대선 이후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취하했다. MB 정부 때부터 다시 보복 정치가 정치 검찰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선택하는 불운이 발생했다. 이후 적폐 청산이라는 과격한 단어가 포퓰리즘 및 패거리 정치와 맞물려 돌아가면서 더욱 증오와 반목이 심해졌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부터 보복의 정치문화를 ‘토사구팽(兎死狗烹)'하자는 것이다. 대신 독일처럼 연정의 정치문화를 꽃피워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협치 문화가 있었다. 먼저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대다. 평화적 정권교체부터 IMF 극복,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최고 한·일, 한·미 관계 등에다가 정보화 ‘퍼스트 무버’ 국가로의 도약이었다. 보복의 정치가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 여사가 자서전에 “‘DJ 시대’가 가장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또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시절 민주당과 대연정을 실시했다. 부지사와 여러 자리를 민주당에 넘겨 협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연정을 받았더라면 대한민국 역사도 달라졌고, 본인도 불운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불통과 대결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 브란트 총리는 “항상 이기려고만 하지 말라”는 격언을 남겼다. 0.73%라는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이번 대선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김황식 전 총리 등 일각에서 김부겸 총리를 계속 기용하는 등 민주당과 협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처럼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이 협치하는 동거 내각의 제안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인배의 정치, 연정을 꽃피우길 기대해 본다. 본인과 대한민국 성공을 위해서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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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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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바램은~!!
    훌륭한 역사로 남을 지도자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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