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는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진행된 UFC273에서다. 페더급 4위 정찬성(35)이 한국인 최초 챔피언을 노렸다. 상대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
새벽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정찬성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다. 반면, 볼카노프스키의 얼굴은 흠집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말끔했다. 정찬성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케이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늘을 보다가 바닥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상대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4라운드 45초, 심판이 경기를 중단 시켰다. 더이상 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정찬성은 인터뷰에서 "벽을 느꼈다. 계속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거대한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퇴장하던 '코리안 좀비'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비스타 베테런스 메모리얼 아레나를 가득 메운 한국인들이 정찬성을 향해 격려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지만, 그는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정찬성이 실패한 '한국인 최초' 타이틀은 다음 날인 이날(4월 10일) 임성재가 받아 들었다. 선두(스콧 셰플러)와 점수 차가 많아 쉽지 않은 상황.
오후 2시 30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510야드) 1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임성재가 모습을 비쳤다.
홀을 따라 가득 찬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에도 페어웨이 가운데로 공을 보냈다. 두 번째 샷도 좋았다. 문제는 퍼팅이다. 공이 홀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4번 홀(파3)에서는 2피트(0.6m) 거리의 퍼팅을 놓쳤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오는 특유의 반응이다.
만회한 것은 7번 홀(파4) 버디. 9번 홀(파4) 악몽은 계속됐다. 7피트(약 2m) 거리의 퍼팅이 홀에 들어가지 않았다. 홀 아웃 박수에도 굳어진 표정은 좀체 풀리지 않았다.
스콧 셰플러(미국·11언더파 207타)와는 8타 차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500만 달러·약 184억원)에서는 뒤집기 힘든 점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성재가 우승한다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번째 우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다.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우승자'라는 수식어도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