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지주사인 이랜드월드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을 빠지자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자금을 무상 제공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10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억7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랜드월드는 2010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문제를 빠졌다. 2014~2017년엔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러자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을 동원해 자금 문제 해소에 나섰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총 67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명목으로 56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이랜드리테일이 잔금을 내지 않으면서 계약은 해지됐고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이랜드월드가 560억원이 달하는 자금을 181일 동안 무상으로 빌린 셈이다. 해당 기간 이자인 13억7000만원 상당 경제상 이익도 얻었다.
공정위는 이랜드월드가 2014년 6월 외부 투자자와 주주 간 약정을 맺으면서 체결한 이랜드리테일 상장전환우선주(RCPS) 계약에 주목했다. RCPS 계약에 따라 계열사 간 채권·채무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이랜드월드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이 때문에 두 회사 간 상거래로 생긴 채무(선급금) 가운데 500억원 이상을 2016년 말까지 급히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가 가진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 과정에서 받은 매매 계약금을 이랜드월드가 상환해야 하는 선급금과 상계하기로 기획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이랜드월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2014년 5월 양도대금 511억원 규모의 스파오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랜드리테일은 같은 해 7월 양도대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부터 양도했다.
이랜드월드는 2017년 6월까지 15회에 걸쳐 대금을 분할상환했고, 지연이자는 내지 않았다. 이 가운데 13회는 현금 없이 대물·채권으로 상계하는 방식을 썼다. 이 방식으로 건넨 대금은 총 243억원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자금 지급을 유예받아 유동성 공급 효과를 누렸고, 지연이자를 내지 않아 최소 35억원 상당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랜드리테일은 2013년 11월~2016년 3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인건비 1억8500만원도 대신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랜드월드 매출액 대비 지원액이 많지 않고, 지원 과정에 동일인이나 대표이사가 직접 관여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