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고유가 부담완화 3종 세트'를 발표했다. 3종 세트 주요 내용은 유류세 인하율 확대와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지원, 차량용 부탄(LPG) 판매부과금 감면이다.
정부는 5월 1일부터 3개월간 유류세 인하율을 현행 20%에서 30%로 10%p 올리기로 했다. 유류세가 30%로 조정되면 휘발유 1리터(ℓ)당 가격이 83원이 더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ℓ당 10㎞ 연비로 하루 40㎞를 이동하는 운전자는 한 달에 3만원가량을 덜 쓰게 된다. 현행 20% 인하와 비교하면 1만원 더 줄어든다.
유가보조금 대상인 영업용 화물차와 버스, 연안화물선 등에는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유가연동 보조금은 경유 가격이 기준가격인 ℓ당 1850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최대 지원액은 ℓ당 183.21원이다. 유류세를 내리면 보조금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생계형 운전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을 보완한 조처다.
정부가 고유가 부담 완화 카드를 꺼내든 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1%나 뛰었다.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 기어이 4%를 넘어선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지난 2월 24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며 국제유가·곡물 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실제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지난달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공업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6.9% 올랐다. 특히 이 가운데 석유류는 31.2%나 뛰었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6.6% 오르며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홍 부총리도 "3월 고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복병의 본격적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전개 상황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며 "조속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마지막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