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 볼모된 국책은행…금융산업 발전은 '뒷전'

2022-04-02 06:00
  • 글자크기 설정

[사진=KDB산업은행]

정권 말 KDB산업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서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산은이 관리하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인사 문제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 간 알력다툼으로 번지면서 문제는 더 확산되고 있다. 신·구 권력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산은은 논란에 일절 함구한 채 숨죽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본점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우면서 인수위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인수위가 본보기로 군기 잡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이 대표적 '친문 인사'인 점도 미움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20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서 '가자!(민주당 집권) 20년!'을 건배사로 제안해 질타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책임론을 들어 이 회장의 교체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산은을 둘러싼 모든 논란 속에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책금융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은 온데간데없고 신·구 권력의 다툼과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산은의 아우성만 남았다.

지방 이전만 해도 무리해서 옮긴들 지역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금융산업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서울 소재 기업, 금융사와의 교류가 어려워지고 업무 전문성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 사례처럼 인력 줄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당장 1일 금융노동조합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산은은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수도권 기업 70%에 자금을 공급하고, 외국에 채권을 발행해 외화자금 조달하고 있다"며 "산은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금융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은 이전으로 지역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국익 훼손과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라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관치금융과 정치금융 문제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다. 금융권에선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변화에 맞춰 은행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기반 마련이 급선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이권 다툼에서 벗어나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토대 위에서 국책은행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