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 건에 대해 반도체 성숙 제품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매그나칩 측에서 키파운드리 주식 100%를 약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두 달 뒤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 양사 합병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내 경쟁제한 '미미'
SK하이닉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는 8인치(200㎜) 웨이퍼 팹 운영 기업으로, 전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에 9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 성숙 제품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는 양사 중첩 사업 영역인 전 세계 성숙 제품 파운드리 시장에 대해 수평결합 측면을 중점 검토한 결과 양사 합계 점유율이 5%대에 불과해 경쟁제한 우려가 작다고 판단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합계 점유율은 1%대 수준에 그친다.
◆박정호 "출범 10주년 상상 이상 성장···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
때마침 같은 날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했다"며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처음 주총을 주재한 그는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지난해 말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시장에서는 지난해 3분기 11분기 연속 적자 꼬리표를 떼고 흑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이 올해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력 제품인 128단 4D 낸드 비중을 높이고 올해는 차기 제품인 176단 낸드를 통해 성공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미래 성장 인프라와 관련해 "용인 클러스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구축해 빅 테크 기업과 협업을 도모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익구조 안정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도 보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상향하고,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한다"면서 "2022년부터 3년간 창출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50%를 추가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