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미국 국채금리는 크게 상승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가격은 하락했다는 말이다. ICE BofA 국채인덱스는 올해 들어서만 6% 하락했다.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국채시장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 전체가 불안해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선임 통화애널리스트는 "연금, 중앙은행, 보험회사와 같은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대규모 매매도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MUFG의 조지 곤칼브스 미국 거시부문장은 "서로 연결된 리스크들이 있으며, 이것들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줬고 미국 채권시장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를 넘어서 아예 거래자체를 기피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이미 일부 지표에서는 유동성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국고채 매수-매도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s)는 3월 단기 국채 시장에서 크게 벌어졌다. 유동성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CME그룹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시작한 2월 24일 이후 채권 주문과 관련한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변동성도 커지는 것은 물론 3월 국채시장에서의 현금 계약액 등은 2월에 비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와스모어 그룹의 스티븐 슈바이처 수석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과 신용은 경제의 윤활유다"라면서 "만약 부정적인 유동성 부족이 보일 경우 이는 매우 큰 경고 신호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의 유동성 부족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 무려 2.969%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거래일의 2.153%에 폭등한 것이다. 2년물 미국 국채 금리역시 1.942%에서 2.117%로 뛰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진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채 매수 수요는 줄고 있다. 게다가 이를 상쇄할 매수 세력도 없어 국채가 하락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당시와 2008년 금융위기 시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할 때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