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에도 식음료업계는 장기 근속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른 이직'과 ‘미련 없는 퇴직’이 보편화하고 있지만 식음료업계에선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의식주 중 ‘식(食)’이라는 생활 필수품을 책임지는 식음료업체들은 대부분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을 넘는 장기 근속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2021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식음료 기업 중 매출 1조원 이상인 업체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업체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을 넘었다. 롯데푸드는 근속연수 13.1년을 기록했고, 매일유업과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12.6년, 12.4년이었다. 롯데제과, 농심, 대상은 모두 11년대 근속연수를 보였고, 빙그레와 오리온은 각각 평균 근속연수 10.7년, 10.6년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류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으려는 직원들이 많고, 가족 같은 기업문화도 장기 근속하는 데 작용한 것 같다”며 “가족 같은 문화라고 해도 과거처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이 아니라 개별 직원을 존중하면서 선후배 간에 서로 돕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 (장기 근속이 많은)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을 넘진 않았지만 사조대림, 오뚜기 등도 9년 넘는 근속기간을 기록했다. 동원F&B는 8.3년이었고, SPC삼립은 사무·점포 직원 기준 근속연수 7년 9개월이었다.
식음료업체 근속연수가 긴 것은 업(業) 특성에서도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식음료를 취급하므로 제조·품질관리 분야 전문성이 요구되는 한편 외부 사업환경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무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편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타 업계 대비 연봉 상승률이 높진 않지만 직업적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이직 수요가 적은 것도 자리 잡고 있다. 동종 업계 타 회사로 이직하더라도 업무와 연봉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역시 근속연수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식음료 사업이 생활필수품이라는 점과 사업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는 특징이 있어 장기 근속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변화가 많은 IT업계와 비교하면 고연봉 직원이 많지 않고, 연봉 상승률도 낮은 단점이 있지만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법에서 규정하는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 직업적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