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즌에 접어들면서 패션업계가 트렌드에 맞춘 신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복고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2022년 봄·여름(S/S) 패션은 1990년대 스타일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유행 범위가 확장되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봄‧여름 시즌에는 세기말 패션으로 일컬어지는 일명 ‘Y2K 패션’을 반영한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Y2K 패션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Z세대에게는 새롭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식되면서 사랑받고 있다. 새 천년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공존했던 과거 상황과 코로나의 지속으로 불안을 느끼는 동시에 코로나 이후의 희망을 꿈꾸는 현재 상황이 비슷한 점도 Y2K 패션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Y2K 패션' 돌아온다···자유로움 상징 크롭톱·미니스커트 등 유행
Y2K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골반에 걸쳐 입는 스타일인 ‘로우라이즈'는 검색량이 37배(3664%), 거래액이 10배(979%) 이상 급증했다. 로우라이즈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며 함께 코디할 수 있는 아이템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밑위가 짧은 팬츠나 스커트와 매칭하기 좋은 크롭티, 크롭톱, 크롭니트는 작년 동기 대비 검색량이 각각 107%, 42%, 715% 증가했으며, 거래액은 40%, 193%, 131% 상승했다.
LF 앳코너에서는 에코 레더 소재를 활용한 재킷을 선보였다. 에코 레더 소재 염색 시 저알레르기, 무독성 염료를 사용했으며, 친환경적인 가공처리를 거쳐 가죽 특유의 냄새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에코 레더 소재로 가벼운 착용감을 선사하며, 은은한 광택감으로 세련된 멋을 더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플러스는 올봄 1990년대 후반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즐겼던 믹스 앤드 매치 룩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출시했다. 가죽 재킷, 청재킷, 미니스커트 같은 레트로한 아이템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해 선보였다.
에잇세컨즈는 크롭톱과 미니스커트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제안했다. 배꼽이 드러나는 니트 뷔스티에를 넉넉한 품의 가죽점퍼, 청바지와 조합한 무심한 듯한 스타일링, 가죽 미니스커트를 볼 캡과 스웨트셔츠에 매치한 스포티한 프레피룩 등을 선보였다.
양윤호 LF 헤지스 여성 CD는 “Y2K 패션 유행은 코로나로 지쳐 있는 Z세대에게는 일종의 신선한 해방구 같은 느낌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에게는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서 자유로움을 나타낼 수 있는 패션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컬러로 일상 활력···올해의 컬러 '베리페리'
올해 봄·여름 시즌 여성복은 억눌렸던 팬데믹 기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에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시즌보다 밝고 다채로운 컬러감을 활용한 패션이 두드러졌다.
매년 연구를 바탕으로 주목할 색상을 선정하는 팬톤은 2022년 올해의 컬러로 ‘베리페리’를 선정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게임, 조명 등)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핑크와 블루가 오묘하게 섞인 컬러로, 격리된 현실과 디지털 생활에서 오는 격변의 시대를 반영했다.
또 부드러운 색감의 파우더 핑크와 차분함을 상징하는 브라운이 주요 색상으로 등장해 편안함과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몽환적이고 강렬한 색감의 핑크, 블루, 퍼플, 옐로가 등장해 패션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킨다. 스트라이프, 페이즐리, 기하학 패턴 등 강하고 화려한 패턴들도 주요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자벨 이자벨 마랑에서는 다양한 컬러감과 기하학 프린트가 어우러지는 베스트 점퍼를 선보인다. 포인트로 연출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경량의 충전재를 더한 면 소재가 사용됐다. 어깨라인을 강조한 파워숄더 디자인과 크롭 기장으로 복고풍 트렌드를 강조했다.
빈폴레이디스는 다양한 톤의 퍼플과 옐로, 핑크 등 화사한 색상을 적용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퍼플컬러의 알파카 니트 카디건, 라벤더를 입힌 보머점퍼 등 생생한 느낌부터 부드러운 느낌까지 보랏빛 계열의 상품들을 출시했다. 또 따뜻한 노란색 니트를 무채색 아우터 속에 포인트로 활용하거나 톤에 차이를 준 핑크 반팔 니트와 데님 팬츠를 조합한 톤온톤 스타일링도 제안했다.
코텔로는 봄기운 가득한 밝은색을 통해 페미닌한 감성을 강조했다. 랩 카디건과 플레어스커트 세트, 립 조직의 카디건 등 편안하면서 스타일리시한 니트 아이템에 옐로와 라벤더 컬러를 적용했다.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는 바다에 버려진 폐 그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입을 수 있는 ‘블라썸 셋업’ 시리즈를 내놨다. 아노락과 반바지는 라벤더를 메인 색상으로 잡고 그레이와 블루를 함께 매치했으며, 공개한 화보와 영상은 포틀랜드 라벤더 밸리를 배경으로 해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이번 시즌 Y2K 패션이 주요 스타일로 부상하는 동시에 갖춰 입은 듯하면서 편안함을 잃지 않는 테일러링 역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개성 있는 컷아웃 디테일과 슬리브리스(민소매)가 계속 유행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성의 경계가 무너지는 젠더리스 패션 트렌드 영향으로 중성적인 느낌의 버뮤다 팬츠, 편안한 이지웨어 셋업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칼라가 큰 디자인의 상의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이번 봄·여름 시즌 여성 패션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다채롭고 화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기말 감성의 Y2K 패션이 가장 두드러지는 가운데 빈티지한 보헤미안 룩, 편안함을 유지하는 슈트 룩, 기분 좋아지는 도파민 드레싱 등이 등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