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타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형보다 높은 가격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공급물량마저 부족한 탓에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수년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 및 인천, 경기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16만3102가구로, 이 중 중대형(전용 85㎡초과) 아파트는 1만4879가구로 9.12%에 불과했다. 10년 전인 2012년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공급 비율이 32.30%인 것과 비교하면 공급이 많이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공급의 희소성을 더욱 알 수 있다. 2013년에 수도권에 공급된 중대형 아파트 비율은 26.02% △2014년도 13.42% △2015년도 18.69% △2016년도 11.61%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도 들어서면서 8.11%로 떨어지더니 △2018년도 9.15% △2019년도 6.75% △2020년도 6.36% △2021년도 9.12%로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며 집값이 계속 오르자 가격 부담으로 중소형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도권의 한정된 부지에서 최대한 이익을 위해 인기 평면을 선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세금 부담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더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대형 인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 자료를 통해 최근 1년간(2020년 2월~2021년 2월) 수도권 면적별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 상승폭을 살펴보면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값은 1억5462만원(11억5560만원→13억1022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중소형(전용 60~85㎡ 이하)이 1억1768만원, 소형(전용 60㎡ 이하)이 9385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1년으로 범위를 넓혀 개별 단지를 봐도 중대형 아파트 상승세는 뚜렷하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 더샵 퍼스트파크 F15블럭'이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현재(2022년 2월 기준) 단지 내 전용 59㎡B 평균 매매 가격은 8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동월(7억3500만원) 대비 18.37% 증가했지만, 중대형 타입인 전용 108㎡의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에 31.30%(11억5000원→15억1000만원) 증가하며, 중소형 타입 대비 12.94%p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에 있는 '경희궁 자이 2단지'도 중대형 타입의 가격 상승률이 더 컸다. 이 단지의 전용 59㎡A의 평균 매매 가격은 15억원(2021년 2월 기준)에서 16억2000만원(2022년 2월 기준)으로 8%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내 전용 101㎡A는 18.75%(20억원→23억7500만원) 상승하며, 2배가 넘는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업계 전문가는 "수도권 지역 청약규제로 인해 추첨제 비율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그 여파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중대형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한 것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므로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데다 실거주와 투자 모두를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중대형 아파트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