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식음료·외식 업계에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등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한계에까지 다다른 영향도 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당분간 가격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한 분위기에서 서민 물가 안정이 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선 전후라는 '절호의 시기'를 놓친다면 원가 상승 리스크를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식료품을 비롯한 밥상 물가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커피 등 외식 물가에 이르기까지 서민 먹거리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식품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로 원가 상승을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 체인이 무너지면서 물류비가 급격하게 오르고, 농축산물 가격 상승과 고유가 등 영향으로 공급비용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소비자물가는 3%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3.1%로 대폭 올렸다. 한은이 3% 이상 물가상승률을 예상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인플레이션 압박 심한데···새 정부 첫 번째 과제 ‘물가 안정’ 가능성
원가 상승 압박과 더불어 시기적으로 ‘3월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맞물린 것도 동시다발적인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쉽사리 제품 가격을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를 전후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과정은 과거에도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기 중반 이후부터 4%에 달하는 소비자물가가 임기 말까지 이어졌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1%대 물가를 유지했다. 이후 2017년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급등하자 차관급 회의로 진행하던 물가관계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할 정도로 물가 인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개월째 3%대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오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가 장관급 물가관계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월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원가 상승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가격 인상 '데드라인'이 5월 말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행정력을 물가 안정에 집중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업으로서는 새 정부 임기 초에 서민 물가를 올리는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식료품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방법은 없지만, 공정거래 차원이든 간접적이든 압력은 넣을 수 있다”며 “금리를 무조건적으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 경제 자체가 견고하지도 않아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