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도입 확산... "학습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돼야"

2022-0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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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아주경제DB]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발전하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의 확산으로 전 산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AI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 대응 프로그램인 ‘전기통신 금융사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3개월간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1년 전 대비 70%나 줄었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AI가 빅데이터 분석, 보이스피싱 사례를 학습한 뒤 의심패턴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의심 고객이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 현금 출금 거래를 하면 자동으로 출금 계좌에 지급 정지 조치를 내린다.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재까지 총 750여건, 약 62억원에 이르는 금융사기 피해를 막았다.
 
기업은행은 부동산 담보 대출 심사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AI가 국토교통부, 국토정보공사 등에서 수집한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대출 금액을 산출한다.
 
AI 기술은 고객 응대를 위한 챗봇에도 활용된다. 챗봇은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 채팅 로봇을 의미한다. 신한은행이 2018년 선보인 AI 챗봇 ‘오로라’가 대표적인 예다. 오로라는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단순 문의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챗봇 외 비대면 상담 내역을 분석해 연령과 상품 가입이력, 관심 상품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MZ세대 고객이 접속 시에 챗봇이 고객을 인식하고 분석해 또래가 가장 많이 가입한 상품을 먼저 추천하는 식이다. 청약에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는 상품 특성에 맞춘 특화된 상담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최근 일본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 5.48%를 인수해 KT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T와의 협업으로 AI, 빅데이터 등을 금융플랫폼에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또한 지난 22일 출시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이용 과정에 챗봇을 적용했다. 고객이 정보를 입력하면 대출 한도 조회가 이뤄지고, 서류 제출, 대출 심사, 대출 실행까지 챗봇과 대화하면서 진행된다.
 

IBK기업은행의 보이스피싱 대응 프로그램인 ‘전기통신 금융사기 AI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측은 “주택 구입은 생애 가장 큰 투자이자 설레는 경험이지만 주택담보대출 규모와 성격상 고객의 긴장감도 크다”며 “영업점을 통한 대면에서 오는 심리적 안도감을 모바일 앱 화면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LG그룹, 구글 등이 포함된 AI 연합군 ‘엑스퍼트AI얼라이언스’에 참여하기로 했다. 파트너들과 비정형 문서 인식과 금융 특화 언어인지 모델, AI 은행원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AI가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고객 의도를 파악해 상담하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AI 은행원 2명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에 배치했다. AI 신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AI 은행원들은 지난해 영업점 투자상품 판매 시 설명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해외 은행들도 AI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은행과 마찬가지로 △챗봇과 가상도우미 △예측 및 분석 모형 △대출심사 능력 향상 △위험관리와 사기 감지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금융회사가 AI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의 85%가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 AI 은행원 [사진=NH농협은행]

AI 도입으로 금융권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AI로 인한 윤리적, 편향성 이슈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금융업의 AI 활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의 활용은 프라이버시의 침해, 사회적·경제적 편향성 문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AI 알고리즘 개발 기업이 준수해야 할 윤리원칙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금융분야 AI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I 윤리원칙 마련 △AI 조직구성 △위험관리 정책 수립 등이 핵심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금융거래, 대고객서비스를 적용한 모든 금융업권은 AI 윤리 원칙을 마련해야 하고, 회사별로 가치와 AI 활용 상황 등을 고려해 AI 서비스 개발·운영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AI의 의사결정이 개인의 금융거래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내부통제 및 승인 절차를 마련하고 별도 책임자도 지정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민간이 세부 계획을 제시하고, AI가 유발할 수 있는 위험에 초점을 두고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고도화를 위해 금융회사들이 더 많은 학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자체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위한 과제로 데이터 결합 활성화, 망분리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AI에 대한 규제는 정부가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이 스스로 세부지침을 정할 수 있도록 연성규율체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규율체계는 AI가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리스크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생산성 향상 효과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좌우되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금융회사들이 보다 많은 공공데이터, 학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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