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4분기 실적 공시를 하기 전에 관련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LG생활건강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공시위반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했다. 벌점은 없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월 7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만 "지난해 12월 면세점 매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다.
이에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는 지난달 10일 LG생활건강 측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일제히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을 수정했다.
7개 증권사의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각 증권사는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평균 -4.99% 줄였고 영업이익은 평균 -9.20% 하향했다.
목표주가 하향폭은 훨씬 크다. 7개 증권사는 당시 리포트에서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평균 -16.80% 낮췄다.
정보 유출 직후 110만4000원이던 주가는 95만6000원으로 13.4% 떨어졌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도 크게 증가했다. LG생활건강에 대한 대차잔고 규모도 크게 늘면서 주가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실적 정보를 미리 알린 전후로 기관투자자들의 매매추이가 매수우위에서 매도우위로 바뀌었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의 기반이 되는 대차거래 잔고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보 유출 직전 41만3464주 규모였던 LG생활건강 대차거래 잔고 주수는 보고서가 나온 직후 57만1395주 수준까지 늘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2013년 CJ E&M이 일부 기관투자자와 증권사에만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으리라는 정보를 유출해 주가가 폭락한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CJ E&M의 주가는 9%가량 폭락했으며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40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이 사건은 당시 막 출범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첫 사건으로 배정되며 결국 검찰고발까지 이어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증권사 리포트와 정보 유출 이후 매매 추이 등을 보면 투자판단에 중요한 내용이 공유됐으리라 짐작된다"며 "주가 하락폭과 벌금 수위가 과거 CJ E&M보다 높다는 점에서 당시처럼 금융당국의 추가조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