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e심 도입 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9월 1일부터 국내에서 e심 서비스를 시행한다.
e심(embedded SIM)은 내장형으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심(USIM)과 달리 칩이 단말기 안에 내장된 것이 특징이다. 유심과 동일한 기능을 하지만 물리적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 없다. 단말기 교체 시 이용자는 QR코드 등을 활용해 e심에 통신사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번호 이동, 가입, 해지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돼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온라인으로 개통하는 알뜰폰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e심의 가장 큰 특징은 단말기 하나로 전화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단말기 한 대에 유심 한 개만 들어간 싱글심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유심과 e심 둘 다 사용하는 듀얼심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사생활 보호, 국외 이용 등 목적으로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두 대씩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e심이 상용화되면 단말기 구입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실제 통신비를 인하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 3사의 저렴한 음성 통화 중심 요금제에 알뜰폰의 데이터 요금제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개별 업체가 자유롭게 e심 요금제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요금제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e심을 이용한 추가 회선에도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적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도 e심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음5G(5G 특화망)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가운데 이음5G 사업자가 e심을 이용하면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상용망과 이음5G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심을 이용해 다양한 이음5G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e심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애플 아이폰뿐이라 e심 이용이 제한적이었다. 삼성전자는 해외판 모델에만 e심을 탑재해 출시하고 있다. 지원 단말기가 부족하다 보니 그간 e심 전용 요금제를 출시한 업체도 알뜰폰 사업자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 한 곳에 불과했다.
당초 e심 도입 당시 걸림돌로 지적됐던 단말기 고유 식별번호(IMEI) 문제도 'IMEI 사전등록 서비스'를 구축해 부정 사용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IMEI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단말기 고유 번호로, IMEI로 분실 단말을 식별한다. e심과 유심을 모두 이용할 경우 IMEI 값이 각각 생성돼 분실 신고 시 차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도로 표준화 규격이 발간됐다. GSM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기준 전 세계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