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기 전 이미 일부 신흥국들은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가기도 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2021년 3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브라질 중앙은행은 9일(이하 현지시간) 여덟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2%대였던 기준금리는 10.75%에 달한다. 브라질이 이처럼 적극적인 통화정책 조정에 나선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0.1%에 달한다.
게다가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국가의 부채 부담은 많이 늘어나고 자본 유출이 가속할 것을 예방하고자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린 것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말 발표한 세계 경제에 대한 최근 전망에서 “강력한 통화정책 대응”을 이유로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지금까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 연준마저 매파로 돌아서면서, 일부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클레이즈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크리스티안 켈러 경제 연구 책임자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정책 속도를 다소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청사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신흥국 경제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으며, 정부가 기업이나 가계에 할 수 있는 지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들 국가의 정부와 기업이 치러야 하는 이자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WSJ은 "이미 금리인상을 시작한 러시아나 브라질 같은 경우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연준이 향후 올리는 기준금리 폭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올해 3회로 전망됐지만, 최근 월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횟수가 최대 7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앙은행인 남아공준비은행(South African Reserve Bank)의 레세자 크가냐고(Lesetja Kganyago) 총재는 "연준의 긴축 속도와 시기가 불명확하다"면서 "이는 금융시장은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아공은 1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남아공 외에 콜롬비아, 칠레, 체코, 헝가리도 1월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에 나섰다.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그들이 추적하는 23개의 신흥시장 중앙은행 중 14개가 이번 분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나 브라질처럼 이미 기준금리를 많이 올린 국가들 외에 인도 중앙은행처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기다려온 국가들은 이제라도 긴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WSJ은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2013년 일어났던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은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면서 "당시 5월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은 2013년 1월에 이미 나왔던 견해를 반복했던 것뿐이지만, 투자자들은 급격한 공포에 질렸으며 전 세계 금융시장, 특히 신흥국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긴축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