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등한 수혜를 21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 의원은 자신의 아파트 재산을 시세 대신 공시지가로 등록해 50억9000만원 축소 신고했고, 같은 당 주호영 의원 아파트는 32억8000만원(108%) 폭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시세 1인당 5억4000만원 축소 신고"
현행 공직자 부동산 재산신고는 관련 법에 따라 공시지가 또는 실거래 금액 중 더 높은 금액만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낮은 가액을 등록해도 확인할 수 없어 대부분 공직자들이 시장가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신고해 사실상 축소 공개를 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 신고가액은 총 1840억원이며, 1인당 평균 8억70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는 총 2975억원이며, 1인당 평균 14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즉 국회의원 1인당 평균 5억4000만원 축소 신고한 셈이다.
경실련은 박덕흠 의원이 아파트 재산을 가장 많이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강남 3구 2채, 충청 1채 등 총 3채에 대해 공시지가 81억800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시세는 132억8000만원으로 50억9000만원이나 축소 신고했다. 시세 반영률은 62%에 불과하다.
◆약 33억원 오른 주호영 아파트···154명 재산고지 거부
문재인 정부 기간(2017년 5월~2021년 12월) 국회의원 소유 아파트의 가격 상승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1채당 평균 가격은 7억1000만원에서 12억9000만원으로 5억8000만원(82%) 올랐다. 특히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아파트(140.33㎡)는 실거래 가격이 30억4000만원에서 63억2000만원으로 약 5년 만에 32억8000만원(108%)이나 폭등했다.
의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305채의 주택 및 오피스텔이 신고됐다. 그중 52채(17%)가 강남 3구에 위치했고, 141채(46%)가 서울에 집중됐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까지 확장하면 217채로 전체 중 71%다. 경실련은 "국회의원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수도권 과밀 방지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조사 결과 294명 중 36%인 105명이 '독립 생계 유지' 등을 이유로 가족 154명에 대한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일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돼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경실련은 "현행 공직자 재산신고제도는 재산 실태를 정확히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지 거부 등을 통해 은닉할 수 있는 여지마저 있다"면서 △공직자 재산신고 시세 수준 등록 △여야 대선 후보의 고지 거부 폐지 공약 △각 정당의 부동산 부자 배제 공천 △여당의 다주택자 매각 서약 이행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행정안전부의 2021년 공직자 재산공개 관보, '뉴스타파'의 고위공직자 재산 데이터, KB국민은행 및 네이버 등 부동산 시세정보 등을 활용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