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유지)'가 무너진 데 이어 이젠 '바오우(保五)'까지 위태해졌다.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새로운 집권 명분으로 내세운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경제 악화는 최대 악재다.
올해 3연임에 도전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114조3670억 위안(약 2경1442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8.1% 성장했다고 밝혔다.
8.1%의 성장률은 연초 전망치 '6% 이상'을 크게 상회하고,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추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기저 효과로 지난해 1분기 18.3%까지 치솟았던 성장률은 이후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성장률이 2.2%로 고꾸라졌던 2020년은 예외적인 경우다. 때문에 중국 내 전문가들은 경제 분석·전망 시 지난 2년간의 평균치를 주로 인용한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0~2021년 연평균 성장률은 5.1%다.
중국 경제는 2011년 9.5%였던 성장률이 이듬해인 2012년 7.9%로 하락하며 '바오치(保七)' 시대로 진입했다. 이어 2015년 6.9%를 기록하자 바오류가 새 화두로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을 공공연히 강조하게 된 배경이다. 고도 성장기가 종언을 고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2019년(6.1%)까지 간신히 지켜 온 바오류 기조는 코로나19 사태 발생을 기점으로 무너졌고, 이제 바오우 사수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3%로 제시했다.
오는 3월 4일 개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공식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도 '5% 이상'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올해도 녹록지 않은 환경…수심 커지는 習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하면 5% 성장률 달성 역시 쉬운 과제는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3%와 4.9%로 제시했다.
중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투자·소비 모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21조7348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21.2% 늘었지만 12월 증가율은 17.3%로 둔화세를 보였다.
올해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수요 감소, 운임비 부담에 글로벌 산업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견제까지 더해져 수출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4.9%로 집계돼 3분기까지의 누적 증가율(7.3%)보다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 역시 2020년 7.0%에서 지난해 4.4%로 대폭 하락했다. 고강도 규제가 헝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대변되는 업황 악화로 이어진 탓이다.
소비도 위축돼 소매판매 증가율은 3월 34.2%, 6월 12.1%, 9월 4.4%, 12월 1.7% 등으로 계속 하락 중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또 다른 변수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6일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같은 달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0.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이날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까지 0.1%포인트 끌어내리며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 최우선(穩字當頭)'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할 정도로 중국 수뇌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여부가 달린 올 가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국가통계국은 "외부 환경은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졌으며 국내 경제도 수요 축소와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거시 경제 안정과 합리적 경제 운용, 사회 전반의 안정을 통해 20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