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유족은 “왜 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 측에 항소를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6일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7개월째 교제 중이던 황예진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후 황씨가 뒤따라오자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이후 의식을 잃은 황씨를 엘리베이터로 끌고가며 바닥에 방치했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3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8월 사망했다.
경찰은 당초 이씨를 상해 혐의로 검거했지만 황씨 사망 후 부검결과와 의료진 소견을 토대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이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숨졌는데도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며 “유족은 형언하지 못할 고통을 느끼며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다” “119 도착 전까지 적절한 구급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부주의하게 일으켜 세우려고 하며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해서 폭행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감정충돌 중 우발적으로 폭행하면서 상해치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일반적 유형으로서 살인에 이르는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황씨의 지인은 “사람이 죽었는데 7년이냐” “우리나라 법이 그것밖에 안 되냐”라고 소리쳤다.
A씨 유족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피고인이 (상해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검사의 징역 10년 구형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란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해 주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