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DJP연합으로 본 CSY후단…혼돈의 카오스

2022-01-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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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 ‘역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21~22년은,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벌어진 1997~1998년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민생은 파탄 일보 직전, 회사에서 잘린 이들과 가게 앞에 나앉은 자영업자들의 곡소리, 아우성이 뒤엉켜 있(었)다. 국민들 고통이 극에 달한 가운데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대권을 잡기 위해 저마다 코란(코로나 대란)-과거 환란(IMF 사태)-을 극복할 적임자는 ‘나뿐’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1997년 12월 18일 치러진 15대 대선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가 당선됐다.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접고, DJ를 위해 뛰었다. 이른바 DJP연합.
 
2022년 3월 9일 대선을 2개월여 앞둔 현재 안철수(Ahn Choel-soo·CS)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Yoon Suk-yeol·SY)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 단일화(후단)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5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모든 선택은 국민들께서 하시는 것이라 정치인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선거 캠페인을 서로 벌이고 있는데 단일화는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안 후보는 전날 '단일화 의지는 없느냐'란 질문에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이렇게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금 추세로 보면 CS와 SY, CSY 단일화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DJP연합에 견줄 수 없는, 가당치 않은 CSY 후단 움직임이 이제 곧 시작이다. 그 과정과 결과, 성사 여부에 따라 이번 20대 대선이 크게 요동칠 거다.
 
DJP연합을 놓고 볼 때 CSY후단은 대의명분도 없고 당위성, 가능성도 작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혼돈의 카오스’ 상황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DJP연합과 CSY후단, 아래 열쇳말(키워드) 4가지로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연결고리
두 사람이 손잡기 전까지 DJ와 JP는 물과 기름, 정반대의 정치 역정을 걸었다. JP는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의 조카사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설계자이자 영원한 2인자였다. 중간에 정치적으로 '자의반 타의반' 숙청 당한 적도 있지만 20년 가까이 ‘꽃길’을 누볐다.
 
DJ는 명실상부 반독재투쟁의 상징, 박정희 대통령의 눈엣가시였다. 1997년 15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40여년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DJP연합 구상이 나온 1996년 당시 정치경력 40년 DJ는 호남의 절대자인 ‘선상님’, 35년차 정치인 JP는 충청의 맹주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필생의 3각 라이벌, 3김(金) 중 대권을 잡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이 필생의 꿈을 위해 DJP는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힘을 합쳤다. 비판하는 이들은 ‘야합’이라고 맹비난했지만, 이들은 끝내 헌정 사상 최초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DJ 대통령 3년 후 JP 내각제 총리'라는 약속은 깨졌지만 DJP는 대통령-총리, 공동정부를 탄생시켰다. 대중경제론의 DJ 지휘로 이헌재, 이규성 등 JP 몫 경제관료들이 능력을 발휘, 대기업 빅딜과 경제 전반 구조조정을 통해 환란을 잘 이겨냈다.
 
이들이 손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서로 주고받을 게 확실했고, 그 약속을 지키도록 못 박았기 때문이다. 비록 서로 다른 길이었지만 한 분야에서 서로를 지켜보며 애증을 쌓아온 사이, 빼도 박도 못하는 권력 배분 약속에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철수와 석열, CSY는 서로 주고받을 게 뭐가 있을까. 각각 평생 검사, 의사와 IT업계, 완전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이 둘은 서로를 잘 모른다. 애증은커녕 만나서 신뢰를 쌓을 계기, 기회도 없었다. 철수와 양보로 점철된 10년차 정치인 CS와 이제 10개월된 신생아 정치인 SY가 권력을 분점하는 야합도 불사할 수 있을까. 그런 결단을 내릴 그릇이 될까. 주고받는 타협의 예술, 그 정치력을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시너지 효과
1987년 13대 대선에서 DJ는 평화민주당 후보로 27.04%를 득표해 3위, 신민주공화당 후보 JP는 8.10%로 4위를 했다. 이후 내내 DJ와 JP는 열광적인 지역 지지층을 기반으로 30%, 10% 안팎 콘크리트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결국 1997년 대선은 40.27% DJP 연합의 승리였다.
 
반독재 투쟁, 통일과 경제에서 중도진보를 표방해온 DJ와 줄곧 보수, 근대화를 주창한 JP의 연합은 그 시너지(동반 상승)가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중도진보와 보수, 지역 기반 등 단순 합계 이상의 득표율을 가져온 효과는 분명했다.

97년 대선에서 DJ는 앞서 92년 대선에서 얻은 804만표에 무려 228만표를 더한 1032만표를 얻었다. 여당 후보인 이회창보다 겨우 39만표를 앞섰다. 이 간발의 차, 시너지 효과였다.
 
CSY는 어떨까.
 
새해 1~3일 발표된 9건의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나타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최저 34.4%, 최고 41%로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 최고는 39.2%지만 9건 중 7건은 20%대, 하락 추세다. 같은 기간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5% 안팎에서 10%대로 올랐다. 이는 윤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심이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부는 이재명 후보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CS, SY는 서로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와 반대인 상호 갉아먹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물과 세력
DJP연합에는 책사와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1996년 4월 총선에서 겨우 79석 확보한 DJ는 대선에 명함도 못 내밀 위기에 처했다. 이때 DJ는 자신의 대선 전략 싱크탱크인 아태재단 이강래 상임고문의 보고서를 채택한다. 호남 고립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JP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 곧바로 자민련과 정책공조를 추진한다.

TK(대구경북)지역의 실권자, 철강왕 박태준(TJ) 전 총리도 껴안아 DJP는 DJT로 외연을 확대한다. 권노갑, 문희상 등 동교동계 전략가들과 김용환, 박철언 등 구세력의 상징적 인물들도 DJP 연합에 큰 몫을 했다.
 
CSY에는 전략과 전술을 짤 인물과 세력이 안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사실상 쫓아내면서 금태섭, 정태근을 잃었고, 이준석 당 대표의 아이디어는 외면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입당과 창당, 합당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오판 사례는 적잖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를 따랐던 몇몇 책략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결별했다.
 
두 후보 모두 오로지 권력의 달달함을 빨기 위해 달려든 파리떼, 불나방 정치업자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적과 비판을 받고 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11월 한 방송에 출연해 웃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12월 27일 대장동 개발현장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심사숙고
DJP연합은 96년부터 97년까지 1년여에 걸쳐 이뤄졌다. DJ는 영국의 거국내각, 독일의 신호등 연정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 좌우합작에 버금갈 만한 대의명분을 갖추려 했다.
 
JP 역시 충청계-민정TK계-중도파 등 당내 세력 간 이해타산을 충청도 특유의 끈기와 인내심으로 조율했다. 성의를 다했던 TJ 영입은 DJ에게 덧칠된 색깔론에서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결과적으로 열세 지역이었던 TK에서 의미있는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정치9단들이 오랜 시간 심모원려, 심사숙고해 수많은 위기, 산 넘고 강 건너 겨우 DJT 연합이 성사됐다. 이후 DJT연합은 공동정부를 구성해 사상 초유의 환란을 극복했다.
 
반면 CSY는 현재 대선을 겨우 60일 앞두고 ‘단일화’의 ‘ㄷ’자도 꺼내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지세 하락에 허둥대는 중이고, 안철수 후보는 솟구치는 지지율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CSY 후단은 쉽지 않을 거다. 허나 만약 된다 하더라도 DJP연합에서 보듯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만한 전략, 안정감 있는 인물과 세력도 없는 권력 쟁탈전에 그칠 거다.
 
노새는 말(암)과 당나귀(수) 사이에서 난 잡종이지만, 몸이 튼튼해 무거운 짐을 싣고 험준한 산악도 오래 거뜬하게 누빈다. 정치인의 결합은 적어도 노새라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반인반수(半人半獸),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늑대인간, 켄타우로스 같은 괴물이 나오면 끔찍하지 않겠는가.
 
의학용어 CSY는 대장내시경검사(colonoscopy)의 약자다. 상당 기간 제대로 공부한 실력 있는 의사가 치밀하게 준비해 CSY를 잘 해야 대장에 용종(혹)을 제거할 수 있다. 안 그러면 용종이 암으로 악화된다.

안철수, 윤석열 두 후보의 CSY 후보 단일화가 대한민국을 '혼돈의 카오스'로 빠트릴 용종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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