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새로 짠 삼성전자, 한·미 양국서 ‘반도체 비전 2030’ 투트랙 전략 사활

2021-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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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예상보다 빠른 평택 4공장 행보...기흥·화성~평택~텍사스 벨트 구축 위해 잰걸음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북미 출장에서 강조한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 평택시에 평택 4공장(P4) 터를 고르는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미국 양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P4의 경우 부지가 워낙 넓어 사전 정지작업에만 수개월이 필요해 아직 P4 착공이 가시권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택 3공장(P3) 건설이 한창인 와중에 삼성전자가 P4 정지작업에 들어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긴박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크게 건물 구축, ‘클린룸’으로 불리는 생산구역 조성, 반도체 생산 장비 반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

각각의 단계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탓에 반도체 업계는 통상적으로 건물을 대규모로 구축한 뒤 시황에 맞게 탄력 있는 클린룸 조성, 장비 반입 등 후속 투자를 단행한다.

삼성전자가 서둘러 P4 정지작업에 나선 것은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언제든지 적기에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영 실적이 워낙 좋았던 것을 고려해 여기에 맞춰 설비투자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번 정지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 큰손인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기지를 추가로 구축,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동시다발적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기흥·화성~평택~텍사스를 잇는 반도체 벨트를 완성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을 해소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복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는 삼성이 뛰어넘어야 할 TSMC, 그리고 미래 파운드리 경쟁자 인텔의 투자에 대한 맞불로 해석될 수 있다.

대만에 본사를 둔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나섰다. 일본 구마모토현, 대만 가오슝 등에도 추가적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텔 역시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파운드리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퀄컴·아마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후속 인수·합병(M&A)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M&A의 대상으로 파운드리 기업을 고려하고 있고, 실제로 성사된다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평택사업장을 찾았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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