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내년 기업공모시장의 대어로 꼽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현대오일뱅크는 이르면 내년 3월에 코스피 입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몸값 최대 10조원 기대…아람코 투자 3년 만에 빛 볼까
현대오일뱅크는 앞서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사 아람코가 참여한 프리 IPO(상장 전 지분 매각)에서 기업가치가 8조1000억원으로 산정된 바 있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일부 투자금 회수와 신주 발행 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약 1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프리 IPO에 참여했던 아람코도 인정하리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지주로, 지분율은 74.13%다. 아람코는 1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통해 약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최근 집중 육성 중인 친환경 미래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KB증권은 역대 최대급 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주관도 맡았다. 또 다른 대어로 꼽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 주관도 진행한다. KB증권은 세 회사의 상장 주관만으로 내년 상장주관 실적 경쟁에서 일찌감치 앞서나갈 예정이다.
정유 빅4 중 혼자 남는 GS칼텍스…상장 가능성은 희박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 6월 상장에 처음 도전하며 증시 입성 직전까지 도달했지만 철회했다.
이유는 당시 유로존 금융위기 확산과 국내외 주식시장 약세에 따른 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 탓이다. 특히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결정타였다. 당시 유럽과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송 선박에 대한 책임보험 적용 중단 등의 조치를 내리면서 이란산 원유 비중이 높았던 현대오일뱅크의 악재로 떠올랐다.
두 번째 도전은 2019년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앞서 2018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이 자회사 회계처리에 판단이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사 아람코가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히면서 상장보다 프리 IPO(상장 전 지분 매각)를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후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1조8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이후 유일한 비상장 정유사로 남는 GS칼텍스에 대한 상장 도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증권가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분 50%를 보유한 셰브론의 반대 때문이다.
셰브론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주를 받아들여 배당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더 우려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GS칼텍스는 매년 1500억~1800억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실시해왔다. 이 중 절반이 셰브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