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뒤늦은 100조원 논란의 허허실실

2021-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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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요즘 여야 정치권의 핵심 화두는 아무래도 코로나 피해 지원 100조원이다. 여당 대선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앞으로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곧바로 여야가 협의해서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언급한 100조원 규모 코로나 손실 보상도 지금 이 순간 집행하자고 말했다. 민생과 경제가 너무 어렵다면서 네 편 내 편을 가르지 말자면서 화백 정신에 따르자면서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니 과감하게 합의하고 당장 집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금 민생과 경제가 너무 어려운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예술문화서비스, 운수업,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 의료복지 서비스업 등의 영업이나 매출은 2019년에 비해 거의 30% 이상 추락했었고 다른 업종들도 10% 혹은 20% 추락하는 것이 예사였다. 2021년 들어서도 매출이 2020년에 비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2019년에 비하면 아직도 회복이 까마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야 민생이 어렵단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어렵단다. 그래서 특단의 지원을 하자고 재촉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딴소리다. 특히 기재부가 매월 발표하는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금년 내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고용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라던가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라면서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여당대선후보는 무엇보다 먼저 안이한 기재부의 경제인식을 질타해야 한다. 진작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지원금 100조원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20년 3월 23일 야당 쪽이었다.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영업자 긴급 피해지원 자금이 당장 약 40조원 필요하며 그에 더해 구미나 창원 목포 군산 등 지방 공단의 낙후된 인프라 현대화 혹은 경제재건을 위한 지원 자금 60조원, 합하여 총 100조원을 서둘러 조달하여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대전환시키자는 여야영수회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했었다. 조달 방법으로는 국채의 직접 발행이나 증세보다는 공공기관의 채권 등 국민채를 발행하여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하자고 제안했다. 야당에서 100조원 얘기가 또 한번 더 나온 것은 그로부터 약 열흘 뒤인 4월 1일쯤이다. 3월 26일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위원장은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100조원을 조달하여 파탄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지출구조조정이었다. 당시 기재부나 여당 쪽에서는 야당의 이런 100조원 지원 주장에 대해 완벽하게 눈과 귀를 닫았다. 총선을 코앞에 둔 여당은 하위 80% 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100만원 지급만 몰두했다. 야당은 피해 입은 사람들에 대한 선별지원이 더 낫다고 봤다. 그러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하위 80%지급 방식보다는 차라리 전 국민 지원방식이 덜 나쁜 방식이라고 보고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에 동의했던 것이다.
 
정부가 100조원 제안에 대해 완전히 귀를 막은 것은 아니었다. 미래통합당 대표의 100조원 코로나 재난지원 제안이 있은 다음날인 3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중소·중견·대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의 핵심은 일시적 유동성 애로에 봉착한 주로 대기업에 대한 비상자금 융통대책이었고 금융시장 교란을 막자는 데에 있었지 자영업자의 코로나 피해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융자금 위주였지 재정자금이 아니었다. 그 후 정부 여당은 여섯 번의 추경을 통하여 총 116조원이나 지출을 확대했지만 자영업이나 소상공인의 피해와 직접 연관된 지원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가 110조원이 넘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자영업자 피해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써야 할 곳에 써야 할 만큼 지원이 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록 여당 대선후보가 100조원 지원에 대해 동조하기는 했어도 100조원 지원의 그 내막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100조원 논란 해법의 첫 단추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직접 피해액을 정확하게 추산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로 경제성장률이 2%에서 –1%로 3퍼센트 포인트 추락했으므로 GDP기준으로 약 60조원,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180조원 피해를 입은 셈이다. 피해를 입은 업체가 대부분 소상공인이나 서비스 업종이었으므로 매출피해 규모는 2020년도에만 약 180조원에 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1년 피해까지 합하면 250조원은 넘을 것이다. 매출손실액은 국세청 통계자료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파악된다. 매출기록이 없는 영세상인의 경우에는 업계와 협력하여 매출손실 보상기준을 별도로 만들면 된다. 매출손실액에 적절한 보상률을 적용하면 개략적인 지원 금액 규모가 산출될 것인데 대략 100조원 정도는 될 것이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문제는 2021년 피해규모의 측정이다. 2020년에 대비한 2021년 매출손실로 규정하면 자영업자는 억울하다. 2021년 매출은 대부분 2020년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출손실의 기준은 일관되게 2019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공식으로 계산된 2020년 및 2021년 피해보상액에서 그동안 정부에 의해 지원받은 누적 금액을 차감하면 큰 어려움 없이 코로나피해 지원방안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업체별 업종별 피해지원 규모가 나오면 그 다음으로는 재원 마련이다. 방법이 무엇이든지간에 집권당이 소신껏 추진하면 될 일이다. 증세든 지출조정이든 국채발행이든 아니면 공채발행이든지간에 수권 정당이 책임지고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 여태껏 정부가 소신껏 재정을 주물러 왔었다. 전대미문으로 한 해에 네 번이나 추경을 편성했고 18개월 동안 여섯 번 추경으로 116조원을 집행한 정부여당이 자영업자 지원 100조원을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와서 야당의 협조를 구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야당이 반대해도 추경을 밀어붙여왔던 여당이다. 여태껏 소신대로 처리해 왔듯이 처리하면 될 일이다. 급하게 느낀다면 야당의 협조나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여당이 직접 즉각 조치를 취하면 된다. 4자협의나 회의가 무슨 필요인가.
 
엉뚱한 데다 막대한 추경재원을 지출하면서도 소상공인 피해를 제대로 수습 못하고 국채발행 잔액 및 국채발행가격만 잔뜩 떨어뜨린 것은 하나같이 정부 책임이다. 코로나19가 유례없는 비상상황이고 피해가 막대하다고 인정한다면 다소간의 증세나 다소간의 국채발행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을 예상하고 짜 놓은 예산, 특히 한국판 뉴딜과 같은 지출계획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미루어야 한다. 그리고 IMF위기 때처럼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공무원 및 공공부문의 급여동결 혹은 지출 동결과 같은 조치가 따라줘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자. 코로나 피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피해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끼쳤다. 따라서 금융지원보다 유례없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 조치가 따라야 한다. 재원 조달은 무엇보다도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지출구조조정이다. 공공부문의 지출은 삭감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동결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판 뉴딜같이 불요불급한 재정지출도 뒤로 미루어야 한다. 공공부문의 불용 자산도 비상 동원해야 한다. 그 다음은 공채발행이다. 필요하다면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고려할 만하다. 국채발행은 그 다음 수단으로 미뤄둬야 한다. 그러고도 안 되면 최후 수단이 증세다. 여당이 먼저 구체적인 지원방법과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한 다음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국민이 덜 불안할 것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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