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노출된 품목은 총 1088개로 집계됐다. 품목들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 우리나라의 핵심 제조 상품에 들어가는 중간재가 다수 포함됐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특정국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와 무역 역조를 공급망 취약성의 주요 판단지표로 인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이를 기준으로 한국이 무역적자이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품목'을 추린 결과다.
이 중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취약품목'은 653개에 달했다. '관심품목' 1088개를 들여다보면 중간재가 604개, 소비재가 264개로 중간재가 더 많았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중간재 분야의 취약성이 높았다. 미국의 대중국 '관심품목'은 총 575개였으며 이 중 중간재는 185개다.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작은 규모다.
일본의 대중국 관심품목은 1048개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간재는 475개로 다소 적었다.
요소 등 최근 취약성 문제가 대두된 품목도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 또는 취약 품목으로 식별됐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 중 상당수는 국내 주력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언제든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는 마그네슘의 중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마그네슘은 철강이나 비철 같은 유사업종은 물론 일반기계, 수송기계 등 다양한 산업과 깊은 연관관계가 있어 유사시 2차 피해가 클 전망이다.
보고서는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산업별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들도 최근 경제안보정책을 명시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산업-통상-기술 정책 간 연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주요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민간-공공 협력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다변화하는 전략은 전(全) 품목에 적용하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관심 및 취약 품목을 심층 분석해 산업별로 반드시 국내 조달이 필요한 전략 품목을 파악하고 비축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