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00개씩 사라지는 은행 점포…"지역별 격차는 더 심화"

2021-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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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잇단 영업점 축소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업점 폐쇄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금융소외계층 증가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은행 영업점 폐쇄가 고령층의 방문이 잦은 지방지역 중심으로 진행돼 금융소외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에 은행 영업점 폐쇄 관련 가이드라인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4대 은행 영업점, 1년 새 300곳 넘게 사라져 

1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시중은행 중심의 영업점 폐쇄는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영업점 수는 6789곳에 달했는데 2018년 말 6766곳으로 23곳이 줄었으며 2019년에는 57곳이 줄어든 670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304곳 줄어든 6405곳에 불과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폐쇄된 영업점 수가 161곳인 데다, 2022년 초까지 추가 폐쇄가 결정된 영업점이 167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 초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6077곳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점 축소 움직임은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다. 점포 한 곳을 운영하는 데 평균적으로 연간 10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데,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점당 최소 몇천억원 규모의 여·수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일부 영업점은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방지역 영업점 폐쇄 속도 빨라…금융소비자 격차 심화 

문제는 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수도권 대비 ‘높은 인건비가 발생하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지역 영업점 위주로 진행돼, 금융소비자의 지역 간 불편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가 A시중은행의 서울·수도권 및 지방지역 점포 폐쇄를 비교해본 결과, 2018~2019년까지만 해도 영업점 폐쇄는 ‘낮은 인건비&높은 수익’으로 분류되는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됐다. 2018년과 2019년 서울·수도권 영업점이 각각 8곳, 11곳 폐쇄될 때 지방지역 영업점 폐쇄는 각각 7곳, 5곳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서울·수도권에서 37곳의 영업점이 폐쇄될 때, 지방지역 영업점은 이보다 9곳 많은 46곳이 문을 닫았으며, 올해 9월까지도 지방지역 영업점 폐쇄 수(29곳)가 서울·수도권(21곳)보다 많았다.

은행노조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 폐쇄가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평가로 중소지방도시, 노령층 거주지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거주지역 점포 폐쇄는 수익성만을 고려한 모순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은행권 영업점 폐쇄 공동절차’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2월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에서 공동절차 개선안을 의결하고 지난 3월 시행에 나선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프라인 영업점 폐쇄에 따른 사전 절차가 강화돼, 은행들은 영업점 폐쇄가 고객에게 미칠 영향과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내부분석과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평가 때는 연령대별 고객 분포와 금융취약계층 분포, 지역 내 자행과 타행 위치, 대체수단의 적합성 등이 고려 대상이다.

평가절차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은행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전문가 참여도 의무화했다. 외부 전문가는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은행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선정해야 한다.

점포 폐쇄 대체수단으로 기존의 현금입출금기(ATM) 운영과 타 금융사와의 창구업무 제휴 외에도 정기 이동점포(예: 매주 1회) 운영, 소규모 점포(직원 1~2명),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STM) 설치 등도 모색하기로 했다.

점포 폐쇄 시 고객 통지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점포 폐쇄 1개월 전에 고객에게 통지하면 됐지만, 다음 달부터는 최소 3개월 전에 2회 이상 공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탓에, 은행의 영업점 축소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은행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은 매년 점포 폐쇄 개수와 대상지역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한 후 폐쇄 대상점을 선정하고 있으며, 현재의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는 계획수립 단계가 아닌 폐쇄 대상점 선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사전영향평가 시 대체수단이나 지역 내 당행·타행 유무만을 평가하고 있는 데다, 사전영향평가에도 불구하고 동일 행정구역(시군구 단위) 내 대체 점포가 있는 경우 영업점 폐쇄는 언제든지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 노조는 금융감독원에 은행 영업점 폐쇄 관련 가이드라인 강화를 촉구한 상태다. 이들은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위한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규제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변경 및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계획 수립 단계에서 ‘전체 영업점 수 대비 연간 폐쇄 가능 점포 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은행 소비자보호부서 및 금융·소비자보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돼 있는 ‘점포 폐쇄 사전영향평가’에 미국이나 호주처럼 고객(지역 주민) 대표와 은행권 노동자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지역의 경우 연속적인 점포 폐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동일 행정구역 내 연 단위 기준 연속적인 점포 폐쇄는 금지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기본적으로 은행 점포 폐쇄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공감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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