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했다. 12·12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 전두환 정권 2인자에 이어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던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 “이 사람 믿어주세요” 등의 어록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 사람 믿어주세요”, “보통사람의 시대”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했는데, 1989년 프랑스 교민 리셉션에서 그는 “물, 그것은 마시면 들어가고 흘리면 떨어진다. 그러나 그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지요. ‘물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29일 국민들의 민주화 및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는 6·29 선언을 했는데, 1989년 한국일보 창간 35주년 기념 특별회견에선 “6·29선언과 같은 결단, 나는 두 번 다시 그런 결단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결단은 엄청나게 불행한 사태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북방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1990년 소련과의 국교를 수립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한·소 정상 간 대화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사고에 의한 개혁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데 히말라야 산맥이 높아서인지 한반도에는 아직 오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만이 아니라 이 지역에도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오게 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같은 해 MBC 창사 29주년 기념 특별회견에선 “북방정책이라는 것은 가까운 길이 막혀서 도저히 갈 수 없다면 우회를 해서라도 가려는 것”이라며 “더 먼 길이라고 하더라도 도중에 가시밭길이 있어 다리에 피가 나더라도 그것이 통일로 이르는 길일 때에는 우리는 서슴지 않고 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북방정책의 기본 구상이며, 철학이기도 하다”고 했다.
1991년 9월 17일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시태을 교민 오찬 연설에서 “우리가 유엔 가입을 신청한 지 42년 8개월, 오랜 기다림 끝에 회원국이 된다”면서 “이제 남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던 어두운 타율의 역사는 끝이 났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소야대 국회 탓에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 합당을 결행했는데, 1992년 총선을 앞두고는 “국회는 어디까지나 여당이 이끌어 나가는 ‘여의도’가 되어야지, 야당에 끌려 다니는 ‘야의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지난날 여소야대의 국회가 주는 교훈이다”고 했다.